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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마동석'은 배우이면서 동시에 제작자다. 액션 한 장르로만 설명하기엔 아까운 그의 재주는, 캐릭터 덩치보다 더 큰 안목에 숨어 있다.
그는 자신이 주연·제작을 겸하는 작품마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얼굴"을 끌어다 놓고 관객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범죄도시’ 첫 편에서 꽃미남 이미지가 짙었던 윤계상을 잔혹한 장첸으로 변신시켜 천만 흥행을 일궜고, 후속작에서는 반듯한 얼굴의 손석구와 이준혁을 차례로 악역에 앉혀 둘 다 스타 반열에 올려놨다.
그가 새 작품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에서도 같은 법칙을 꺼냈다. 소녀시대 막내로 20년간 ‘청순·모범생’ 아이콘이었던 서현을 라틴어 주문을 외우는 퇴마사 ‘샤론’으로 세웠고, 연약한 피해자 얼굴이 익숙했던 정지소에게는 몸속에 악마가 깃든 ‘은서’를 맡겼다. 두 사람 모두 마동석의 ‘의외성’ 캐스팅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동석식 캐스팅 공식은 단순하다. 제작자로서 자신이 맡은 ‘마동석 표 주인공’은 큰 틀에서 변주 폭이 크지 않다. 대신 주변 인물에게 전혀 다른 얼굴을 입혀 작품에 낯선 공기를 도입한다. 관객은 익숙한 주인공 덕분에 빠르게 서사에 안착하고, 예기치 못한 캐릭터 변신 덕에 신선함까지 얻는다. 배우에게는 이미지 고착에서 빠져나올 기회, 제작자에게는 흥행을 지킬 안전장치, 관객에게는 반전의 재미를 제공하는 삼중 구조다.
결과도 확실했다. 윤계상·손석구·이준혁은 모두 ‘범죄도시’ 이후 차기작 러브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업계에선 ‘마동석 작품 픽 리스트’가 하나의 레퍼런스가 됐다는 농담까지 돈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오컬트 액션이라는 새 장르 안에서도 이 공식을 재현한다. 서현이 보여 줄 거칠고 강렬한 면모, 정지소가 드러낼 악마적 얼굴이 ‘마동석 유니버스’의 익숙함을 깨뜨릴 카드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면, 마동석의 캐스팅 안목은 다시 한 번 입증될 가능성이 높다.
그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마동석이 다음에 고를 의외의 배우는 누굴까?’ 이미 충무로 최고의 스포일러는 그의 캐스팅 보드가 되어버렸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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