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아침에 일어나면 그 좋았던 기운이 없어요.”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2)에게 지난 몇 년간 계속 듣는 얘기가 있다. 27일 광주 LG 트윈스전 직후에도 똑 같은 얘기를 들었다. “(타격)감이 올라오면 쭉 가야 하는데, 한 서른 후반 되면서 그게 안 된다”라고 했다.
소름 돋는 게, 박병호(39, 삼성 라이온즈)에게도 2024시즌 도중 이런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나이를 먹으니 좋은 타격감이 오래 못 간다고 했다. 그래도 이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성적을 내는 건 경험과 테크닉의 조화라고 봐야 한다. 올 시즌 최형우는 26경기서 타율 0.281 4홈런 14타점 12득점 OPS 0.861.
최형우는 “맨날 안타가 하나씩 밖에 안 나온다”라고 했다. 푸념이지만, 그 1안타가 결승타 혹은 결정적일 때 터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형우는 좋기도 하지만, 아쉽기도 하다는 반응이다. “이게 좀 문제긴 한데, 그래도 이 결과에 만족한다”라고 했다.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최형우는 웃더니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다르다니까요 항상. 서른 후반 되면 다 그래요. 진짜로 아침에 일어나면 그 좋았던 기운이 없어요. 다시 또 처음부터 리셋해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만든다고 뭐 또 그게 잘 되냐고”라고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사실 최형우는 올해 KIA 타선의 생산력이 작년보다 떨어진 게 더 아쉽다. 올 시즌 KIA는 베스트라인업을 꾸린 적이 없다. 개막전 김도영을 시작으로 시즌 세 번째 경기서 박찬호가 이탈했다. 김선빈도 개막 1주일만에 사실상 빠졌다. 박찬호는 금방 돌아왔지만, 한동안 부진했고, 김선빈과 김도영이 1주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최근 잇따라 복귀했다. 그런데 또 나성범이 종아리 부상으로 빠졌다. 이들 외에도 최원준, 한준수, 이우성 등 작년보다 생산력이 떨어진 선수들도 있다.
지난해 팀 타율 0.301의 KIA는, 올해 0.247로 떨어졌다. OPS도 0.828서 0.732로 떨어졌다. 최형우는 “원래 타격은 기복이 심하다. 감독님들이 타격은 믿을 게 못된다고 하지 않나. 나도 타자지만 그걸 공감한다. 아무리 오늘 잘 쳐도 다음 시즌이든 다음 날이든 다시 못 치지 않나. 그러니까 잘 쳤던 걸 잊고 다시 해야지. 잘 한 걸 믿고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ABS의 하향 조정 탓은 아니라는 게 최형우의 분석이다. 후배 타자들에게 ABS 시대에 투수들의 주무기 커브는 2스트라이크를 당할 때까진 그냥 치지 말고 놔두라고 했다고. 어쨌든 부상과 부진으로 시너지가 작년처럼 안 일어난다는 생각이다. 그는 “시너지가 크다. 9명 중에 몇 명이라도 터지면 앞뒤에서도 덩달아 터지는데, 지금까지 그런 선수들이 없다. 꾸준히 감이 좋은 타자도 없다”라고 했다.
나성범이 없는 게 아쉽다. 최형우는 “그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진짜 말이 안 되지. 갑자기 도영이도 그렇고 성범이도 1회 시작할 때부터…”라고 했다. 그러나 다시 나이 얘기로 귀결됐다. 햄스트링, 종아리 등 다리 부상이 없는 걸로 유명하지만, 또 웃더니 “나도 아파요. 들어가면 치료받아요. 태어날 때부터 잘 안 아프게 태어났다”라고 했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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