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불과 1년 전만 해도 넥센 히어로즈는 확실한 1번타자가 보이지 않았다. 현대 유니콘스의 전성기를 이끈 '레전드' 전준호가 은퇴를 앞두고 있었고 이택근, 덕 클락 등 여러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1번 타순에 배치됐지만 지금은 이들마저 떠나고 없다.
그 공백을 메우고 지금은 풀타임 1번타자를 꿈꾸는 선수가 바로 장기영이다. 장기영은 16일 현재 타율 .286 1홈런 43타점 29도루를 기록 중이다. 특히 3루타 부문은 9개로 부동의 1위다. 풀타임 첫 시즌인데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케이스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임이 분명하다.
15일 목동 LG전을 앞두고 장기영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풀타임, 타자 전향, 1번타자, 좌완투수 등 다양한 키워드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음은 장기영과의 인터뷰 내용.
- 요즘 컨디션은 어떤지 궁금하다.
"체력이 많이 회복됐다. 전반기 막바지에는 체력이 떨어져 방망이도 좋지 않았다. 후반기 들면서 체력도 많이 좋아졌다."
- 올 시즌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데 한 시즌을 돌아본다면.
"풀타임이 처음이니까 의욕적으로 하다보니 막 지나가더라. 원래 목표는 올해 경험을 쌓고 내년부터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 이름도 알려지고 하니 주위의 반응도 대단할텐데.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신다. 친구들이나 팀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학교 출신인 (이)대호와 (채)태인이도 많이 좋아해준다." (장기영은 이대호, 채태인과 대동중 동창이다.)
-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그 질문 정말 많이 받았다.(웃음) 투수 시절엔 어깨가 아파서 공을 못 던질 정도였다. 한번은 상무와의 2군 경기였는데 김응국 코치님이 마침 야수가 모자르니 타자 한번 해보라고 하시더라. 나도 '잘 칠 수 있다'고 장난 식으로 얘기했는데 진짜 타자로 나갔다. 그런데 그 타석에 타구가 정말 잘 맞았다. 그리고 김응국 코치님이 '달리기도 빠른데 야수를 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
- 말이 전향이지 쉬운 일이 결코 아닌데.
"해야 할 게 정말 많다. 배팅, 펑고는 물론이고 개인 운동도 해야 한다. 투수도 물론 그렇지만 특히 야수는 연습량이 정말 많아 적응하기 힘들었다."
- 김시진 감독이 4타석을 기준으로 안타 1개, 볼넷 1개를 기록하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그게 잘 안 된다. 1번타자는 출루를 많이 하고 투수로부터 많은 공을 유도하는 게 중요한데 내가 공격적인 스타일이다보니 볼넷을 고르는 게 제일 힘들다. 스트라이크 쪽으로 비슷한 공이 오면 치는 편이다보니 쉽지 않다."
- 3루타가 가장 많은데 단순히 발만 빨라서 장타가 많은 것 같지 않다. 비거리가 상당한 타구가 자주 보이던데.
"어느 날 인터넷 기사를 보니 1번타자가 잘 살고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득점권 상황에서는 중장거리로 칠 줄 알아야 한다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크게 치려는 것보다 득점권 상황에서는 외야로 쳐야겠다는 생각이다."
- 왼손투수를 상대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처음엔 왼손투수를 상대한 경험이 거의 없어 투수의 공이 어느 각도로 오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명수 코치님과 같이 비디오를 보면서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려 했다. 형들한테도 많이 물어본다. 이숭용 선배나 (강)병식이 형은 '조급해 하지 말고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하듯이 똑같이 하라'고 하더라. 근데 해보니까 그게 맞는 거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왼손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9번타자로 나가지만 그래도 계속 나가니까 적응이 조금씩 되더라. 예전엔 아예 '못 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이 타이밍에서 치면 됐을텐데'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 다른 팀의 1번타자를 보면서 배우거나 느끼는 점이 있다면.
"두산의 (이)종욱이 형을 보면 수비와 센스 모두 뛰어나고 번트도 잘 댄다. 모든 게 갖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 다른 선수들도 보면서 주루플레이나 볼카운트 2-0일 때 대처하는 법을 본다. 경기때 보고 끝나고 복습한다."
- 지금의 배번 62번으로 어떻게 바뀐 것인가.
"원래 47번이었는데 군 제대 후 62번이 비어있더라. 박재홍 선배가 떠난 바람에 남은 것이었다. (박재홍은 2002시즌 뒤 KIA로 트레이드됐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혹은 닮고 싶은 선수가 있는가.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닮고 싶은 선수는 없다. 누구를 모델로 잡는 것보다 나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다."
- 올 시즌 남은 기간 동안 목표를 말한다면.
"1군에서 경험을 쌓겠다는 목표는 변함이 없다. 이렇게 말할 때마다 다른 분들이 '너무 겸손한 거 아니냐'고 말씀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올해 경험을 가지고 내년부터 목표를 정하고 싶다."
[장기영. 사진 제공 = 넥센 히어로즈]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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