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우승하고 야구에 종지부를 찍겠다"
1년 전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1년 뒤 은퇴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던 SK 와이번스 캡틴 김재현(35)은 그의 말대로 정확히 1년 뒤 다시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자리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SK의 3번째, 자신의 4번째 우승을 이루고 명예롭게 은퇴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였다. "4연승으로 우승하고 싶지만 대구구장에서 우승의 불꽃을 터트리고 싶지 않다. 잠실구장 같은 폼 나는 구장에서 하고 싶다" 신일고 재학시절부터 배명고의 김동주와 천재 타자로 불렸고 1994년 LG 트윈스의 마지막 우승을 이끈 김재현에게 고향이나 다름없는 잠실구장에서 위대한 피날레를 맞게 된다면 그 어떤 선수의 마지막보다도 화려할 전망이다.
SK가 우승한다면 김재현은 불멸의 역사를 남기게 된다. 16년 전 연세대에 가등록했다가 마감시한 직전 LG와 도장을 찍으면서 고졸 신인 전성시대를 상징적으로 열어젖힌 김재현은 입단 첫 해 .289 21홈런 21도루 80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신인으로서 LG의 2번째 우승을 이끌었고 17번째 시즌인 올해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우승으로 장식하려 한다.
'국보'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도, '국민 타자'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도, '양신' 양준혁도 김재현처럼 입단 첫 해와 마지막해를 모두 우승으로, 그것도 우승의 주역으로 장식하는 불멸의 역사를 남기지 못했다.
다시 앞의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김성근 SK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첫 손에 "김재현"을 거명했다. 실상 올 시즌 김재현은 SK 타선의 주축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성적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플래툰시스템 속에서 생애 유일한 1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떠올려야 할 때 벼랑 끝에 몰린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2방의 홈런을 때린 이도,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썩어가는 고관절과 싸우면서도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때린 이도 모두 김재현이었다. 김재현의 존재감은 단지 숫자로 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아무리 패배의 그림자가 어둡게 드리웠을 때 조차도 희망을 품게 만드는 호쾌한 스윙 한 방이 김재현의 존재감을 설명한다.
과연 김재현은 자신의 은퇴 경기를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경기로 장식하며 불멸의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인가. 큰 경기에서 누구보다 그의 타석을 기다리는 SK 팬들도, 그의 이름만 들으면 미안함과 향수를 동시에 느끼며 눈물 훔칠 LG 팬들도 15일 막을 올리는 한국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 SK 김재현]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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