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소설가 황석영의 신작 '강남몽'의 내용 중 일부가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이하 '대한민국…')란 책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동아 11월호는 "황석영의 소설 '강남몽' 중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의 상당 부분이 조성식 신동아 기자의 '대한민국…'의 내용을 빼다 박았다"고 주장했다.
황석영의 '강남몽'은 지난 6월 출간한 작품으로 강남이란 공간을 일제 강점기부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까지의 역사로 나눠 묘사했다. 특히 4장 '개와 늑대의 시간'은 조직폭력배를 주인공으로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표현으로 극찬받았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1월 발간한 책으로 조성식 현 신동아 차장이 주먹 세계의 실상을 파헤친 내용이다. 또한 저자가 직접 김태촌, 조양은 등 수십 명의 조직폭력배를 인터뷰해 그들의 생생한 삶을 비춘 논픽션 작품이다.
하지만 신동아는 '강남몽'이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살짝 바꿨을 뿐, 큰 그림은 현실을 반영한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를 상당 부분 참고했다고 주장했다.
신동아는 그 근거로 직접 두 작품의 유사한 부분을 지목했다.
'대한민국…'은 대구 출신 조직폭력배 조창조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싣고 "운동 선수마다 약점이 있어요. 나는 여러가지 운동을 했기 때문에 그 약점을 다 간파하고 그것을 공략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권투하는 놈은 유도로, 유도하는 놈은 씨름으로 무너뜨렸지요. 실전에서 가장 덕본 건 씨름입니다"라는 그의 말을 전했다.
소설 '강남몽'에서는 조창조가 '조창호'란 이름으로 변해 "그는 여러가지 운동을 했기 때문에 각 부분의 약점을 잘 알고 있어서 가령 상대방이 권투하는 자세로 나오면 유도 식으로, 유도하는 놈은 씨름이나 태권도로 공략했다"고 주인공을 묘사했다.
또한 조창조는 '대한민국…' 저자와 인터뷰서 조양은이 가담한 1975년 사보이 호텔 사건에 대해 "사건이 난 후 나는 이쪽과 저쪽 서로 10명씩 내세워 1대1로 승부를 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동생들이 '그런 건 옛날 방식'이라면서 반대했어요"라고 말했다.
신동아는 '강남몽'에서 이 인터뷰가 "이쪽캉 저쪽서 열 명씩 뽑아가 차례로 맞짱을 뜨자 캐라", "그건 옛날 방식입니다, 큰형님. 응징해야지라"라는 식으로 표현됐다고 주장했다.
또 김태촌과 조양은이 1989년 5월 충남 아산의 도고호텔에서 만난 상황에 대해 '대한민국…'은 "당시 공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조씨는 3차 귀휴를 나왔다. 김씨는 그에 앞서 그해 1월 폐암 선고를 받고 형 집행정지로 석방,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폐암수술을 받고 요양중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김씨가 밤에 몰래 병원을 빠져나가 조씨가 묵고 있는 도고호텔을 찾아감으로써 성사됐다. 김씨의 동생 30여 명이 동행했다. 호텔엔 조씨의 아우 100여 명이 득실거리고 있었다"고 당시의 모습을 그렸다.
신동아는 '강남몽'이 김태촌을 '강은촌', 조양은을 '홍양태'로 이름을 바꾸고 "이듬해 5월 강은촌은 서울의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그는 연초에 폐암 진단을 받고 형집행정지가 되어 수술한 뒤 회복 병동에서 요양하는 중이었다", "이튿날 밤 당직 의사의 회진이 끝난 뒤에 강은촌은 이대권 박광현 등과 함게 승용차편으로 서울을 빠져나갔고 부하들도 연락을 받고는 아산으로 갔다. 아산호텔에는 홍양태 계열의 조직원들 백여 명이 몰려와 있었고, 강은촌의 조직원들도 삼십여 명이 찾아왔다"면서 사람 수까지 똑같이 묘사했다고 주장했다.
신동아는 이 외에도 '대한민국…'의 진술을 바탕으로 한 듯한 '강남몽'의 표현을 지적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논픽션이고 '강남몽'은 소설이라 표절로 몰아세우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황석영의 소설이 이같은 논란을 낳았다는 것에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이어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강남몽'이 표절 여부를 떠나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동아 측은 황석영씨에게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의견을 요구했지만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황석영의 '강남몽'(왼쪽)-조성식의 '대한민국 주먹을 말하다'. 사진 출처 = '인터파크']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