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객원기자] 경기 내외적으로 몸 값을 해야할 때가 왔다.
SK 내야수 이호준은 2007시즌 종료 후 4년간 최대 34억이라는 대박 FA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SK의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왔다. 지난 3시즌간 그의 평균 성적은 65경기 타율 .286 8홈런 34타점 20득점. 부상에 연이어 발목을 잡히며 초라한 성적을 받아 들었다.
올시즌은 지난 3년간의 아쉬움을 씻어낼 절호의 기회다. 몸 상태도 좋고 팀도 그를 원한다. 올시즌 그의 키워드는 '김재현 공백 메우기'다.
▲ 얽히고 설킨 이호준과 김재현과의 인연
올시즌을 앞두고 SK 김성근 감독은 이호준을 팀의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했다. 2008년 이후 3년 만의 주장 복귀다. 지난 2년간 SK 주장은 김재현이었다. 김재현은 자신의 역할을 100% 수행하고 은퇴했다. 김재현은 주장으로서 자신도 많은 것을 느끼며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
김재현과 이호준의 모습은 극과 극이다. 언변이 뛰어나다는 것은 같지만 김재현이 '젠틀맨' 스타일이라면 이호준은 걸쭉한 입담을 바탕으로 주변에 웃음을 끊이지 않게 한다.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두 명 모두 '반대가 끌렸고' 오랜 친구로 지냈다. 호적상으로 김재현은 1975년생, 이호준은 1976년 2월생으로 공식적으로는 친구가 맞다. 하지만 김재현의 실제 출생연도는 1974년생으로 엄연한 '형'이다. 하지만 이호준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힘을 앞세워(?) 김재현과 친구가 됐다고.
둘은 프로행(김재현-LG, 이호준-해태)과 대학행(연세대) 갈림길에서 더욱 친해졌다. 두 명 모두 연세대로 진학할 수 있었지만 결국 김재현과 이호준은 프로를 택했다. 1994년 김재현이 프로야구 최초로 신인 20(홈런)-20(도루)을 달성할 때 상대 투수도 다름아닌 이호준이었다. 이후 둘은 2005년 SK에서 처음으로 팀 동료가 됐다.
그리고 이들은 2008~2011년 4시즌동안 두 번씩 주장으로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은 '주장' 이호준과 '타자' 이호준
주장의 역할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각 팀 성적에는 선수단 분위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것이 주장의 역할이다.
하지만 주장에게 주어진 임무가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결국 주장도 선수다. 선수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통솔력을 갖고 있는 선수라 하더라도 성적이 초라하면 체면도 서지 않을 뿐더러 그에 대한 선수단의 믿음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김재현의 성공적인 역할 수행에는 경기장 안에서의 활약도 밑바탕이 됐다.
실제로 이호준은 부상으로 인해 2008시즌 맞았던 주장에서 낙마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 해 이호준은 무릎 부상에 이은 수술로 8경기 출장에 그쳤다. 결국 이호준에 이어 김원형이 주장을 이어받아 소속팀 우승에 주춧돌이 됐다.
SK는 이호준에게 주장으로의 역할 못지 않게 타선에서도 김재현이 펼쳤던 활약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올시즌 이호준은 그라운드와 덕아웃 양 쪽 모두에서 김재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어찌보면 별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타격 성적 속에서 주장의 입지가 달라지고 주장 역할 수행 정도에 따라 자신의 그라운드에서의 활약도 달라질 수도 있다. '주장' 이호준과 '타자' 이호준은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다.
[사진=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우승컵을 들고 있는 김재현(가운데)과 이호준(오른쪽)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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