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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선애 기자]“예전엔 돈 많이 쏟아붓거나 스타들이 출연하면 어느 정도 인기는 자연히 따라왔는데, 요샌 꼭 그렇지도 않아요.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돈 들인 만큼 효과를 못 보는 거죠. 욕하면서 본다던 막장드라마들도 작품이 별로니 예전만큼 인기를 얻지 못해요.”
한 드라마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그의 말처럼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스타가 나온다고, 인기작가가 썼다고, 혹은 수백억을 쏟아부어 눈만 즐거운 영상을 보고자 시청자가 채널을 고정하진 않는다. 작품이 좋고 나쁨을 정확히 판가름할 정도로 높아진 시청자의 안목은 어떤 드라마가 겉만 번지르르하고 알맹이는 비어 있는지 기가 막히게 짚어낸다.
반대로 작품력이 뒷받침된 드라마들은 잘되면 신드롬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아니면 그 정도의 대박을 터뜨리진 못해도 매니아층을 형성해 호평받는 드라마로 남는다.
SBS 수목극 ‘싸인’도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 경우다. ‘싸인’은 초반 10% 중반대의 시청률로 시작해 최근 20%의 고지를 점령했다. MBC ‘마이 프린세스’와 엎치락 뒤치락 하던 시청률 경쟁은 지난 달 말 ‘싸인’이 승기를 잡은 이후부턴 경쟁이 무의미한 독보적인 시청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실 ‘싸인’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싸인’은 드라마가 방송되기 전부터 방송가에선 ‘대박 작품’이란 의견이 많았다. 대본을 미리 접한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본 칭찬이 자자했고 남자주인공 박신양이 200편의 시나리오 중에 골랐다고 할 만큼 작품성이 보장된 드라마였기 때문에 시청률은 당연히 어느 정도 이상은 나올 것이라 예상됐던 작품이다. 그런 이유로 초반 ‘싸인’이 10%대의 시청률이 나올 땐 오히려 이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방송이 거듭될수록 배우들의 연기력에 힘입어 캐릭터들이 확실해지고 메디컬 수사극의 장점인 극중 사건의 해결과 그로인한 카타르시스가 시청자에 전달되며 점차 탄탄한 작품성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는 바로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며 ‘싸인’의 인기상승을 이끌고 있다.
반대로 작품성보다 다른 것에 더 신경썼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드라마들도 많다. 똑똑해진 시청자들은 이를 확실히 구분해 작품성이 떨어진다 생각하는 드라마는 바로 ‘재미없는 드라마’로 인식하고 채널을 돌려버린다. 화려한 볼거리는 작품성보다 차선이란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스토리가 빈약하다’, ‘내용에 억지가 많다’, ‘노래와 액션에만 신경썼다’ 등 혹평을 들어온 ‘아테나’는 작품성이 결여된 경우 스타 캐스팅도 화려한 볼거리도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진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하늘이시여’, ‘왕꽃선녀님’ 등을 집필한 스타작가인 임성한 작가의 작품 SBS 주말극 ‘신기생뎐’도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막장이라 불려도 기용하는 신인 주인공들마다 스타반열에 올려놓고 시청률 대박을 이어오던 임성한 작가가 아니였던가. 그런데 지금 ‘신기생뎐’은 10%를 겨우 넘는 수준의 아주 낮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자는 똑똑하다. 그만큼 깐깐해졌고 억지가 먹히지 않는 현실적인 눈도 갖고 있다. 똑똑한 시청자를 감동시키는 건 작품성이 뒷받침된 드라마다. 스타배우도, 스타작가도, 거액의 제작비도 작품성보단 먼저가 될 수 없단 걸 명심해야 한다.
['시크릿가든'-'싸인', '아테나', '신기생뎐' (위로부터). 사진=SBS]
강선애 기자 sak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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