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종합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30분이라는 시간에 쫓기던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생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사거리 교차로 부근에서 피자 배달원 김모(19)군이 신호를 위반한 버스와 충돌해 그 자리서 사망했다. 이에 앞서 두달 전에도 서울 금천구에서 피자 배달원 최모(24)씨 또한 신호를 위반한 택시에 부딪혀 숨졌다.
이들은 모두 신호가 바뀌자마자 출발하다 신호 위반 차량에 사고를 당한 것인데, 이들이 이토록 서둘러야 했던 이유는 바로 피자 30분 배달제 때문이다. 30분 배달제는 고객이 주문 후 30분 안에 배달을 완료하겠다는 기업들의 마케팅 정책으로 시간을 넘을 경우 가격을 할인해 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무료로 피자를 제공한다.
실제로 도미노피자는 '3082 제도(30분내에 빨리)'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주문 후 30분이 넘으면 2천원 가격 할인, 45분이 넘을 경우 무료 제공이란 혜택을 준다. 피자헛은 최근 시민단체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기 전까지 인사평가 항목에 '주문한 메뉴는 30분 이내에 배달되었습니까'란 질문을 삽입해 배달 경쟁을 부추긴 바 있다. 이후 노사협의회를 통해 피자헛은 이 항목을 삭제했다.
하지만 비단 배달 경쟁은 대형 피자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영세 업자들이 대형 피자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빠른 배달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일부 피자 판매 지점에선 배달이 늦을 경우 고객에게 가격을 할인해 주는 대신 배달한 아르바이트생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아르바이트생들이 자신의 급여에서 할인된 피자 가격을 차감하는 등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빠른 배달의 부담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같은 제도는 몇몇 고객들에게 악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피자를 싼 가격 또는 무료로 먹기 위해 일부러 배달 시간을 늦췄다는 네티즌들의 글이 눈에 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매층마다 눌러 피자 배달원이 도착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피자 30분 배달제는 미국에서는 이미 폐지됐다. 지난 1993년 미국에서 배달원 사고를 이유로 안전의 우려가 있어 제도가 폐지됐고 유럽에서도 빠른 피자 배달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피자 업체들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 온 청년유니온 관계자는 "피자 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킨 등 다른 배달 업체에서도 경쟁 심리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의 빠른 배달에 대한 부담이 있다"며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현실에서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30분 배달제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면서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30분 배달제 폐지 운동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피자 배달원 사고를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사진 = MBC화면 캡쳐]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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