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한상숙 기자] 야구인들의 숙원이었던 아홉번째 프로야구 구단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되느냐 안 되느냐,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엔씨소프트의 우선협상권 부여가 확정됐고 네이밍 작업과 감독 선출, 선수 수급 등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통합창원시가 없었다면 9구단 창단이 이렇게 수월할 수 있었을까? 창원시는 일찌감치 한국야구위원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9구단 창단을 위한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이번 창단이 주목되는 이유는 엔씨소프트의 참여 뿐 아니라 9구단의 뿌리가 창원시에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첫 계획도시인 창원은 기계공업공단의 조성으로 '잘사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게 됐다. 지난해 7월에는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가 하나돼 통합창원시로 출범하며 제1호 대한민국 자율통합도시로 거듭났다. 지역내총생산은 27조 9800억원으로 전국 5위, 109만명의 인구로 기초지자체 1위, 전국 8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 공인 비영리기구인 IALC(International Awards for Liveable Communities)가 주관한 '제14회 살기좋은 도시 대상'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금상 수상 도시가 없어 사실상 1위나 마찬가지다. 공원과 도로, 문화체육시설,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무엇보다 삼성, 두산, 볼보, GM 등 3640개 기업체가 한데 어우러져 전국 기계업종 총생산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창원은 수도권 이남 도시 중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로 꼽힌다. 공단을 중심으로 유입인구가 많아 경남 내에서는 가장 지역색이 없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창원은 스포츠로 인한 통합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시민들의 단합을 이끌어내기에 스포츠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창원시청 내셔널리그팀을 창단하며 축구센터를 만들고, 농구팀과 야구팀을 유치하는 것이 모두 같은 맥락이다. 특히 축구장, 농구장, 수영장 등이 조성된 창원스포츠파크 내 경륜장은 평소 함안온천과 함께 패키지 투어에 포함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이같은 시민들의 관심을 반영해 창원시는 축구와 농구 뿐 아니라 국내 스포츠 인기 1순위인 야구단 출범까지 앞두고 있다. 3개 도시의 통합으로 인한 인구 증가와 넉넉한 자본 환경, 스포츠에 대한 높은 관심 등을 한 데 묶어 그릴 수 있는 완벽한 그림이다. 현 8개구단 연고지가 모두 광역시 이상인 것을 고려한다면 통합창원시 이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시의 의지까지 읽을 수 있다.
실제 창원의 스포츠 열기는 놀라울 정도로 뜨겁다. 혹자는 우스갯소리로 부산과 마산의 응원방식을 비교하기도 한다. 마산구장의 열기는 응원의 대명사로 꼽히는 부산을 넘어선 '한맺힌 응원'에 가깝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비한 여가시설과 적은 문화적 혜택 등으로 인해 제 열기를 뿜지 못한 활화산같은 도시가 바로 창원이다.
창원을 연고로 하는 농구팀인 창원 LG 세이커스를 보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994년 창단한 LG는 국내 10개 팀 중 유일하게 모기업과 팀 이름이 바뀌지 않은 구단이다. 그만큼 구단과 지역민들사이에 끈끈한 유대감과 높은 충성도를 자랑한다.
경기 평균 4,700명(총 5,300석)이 관람하고, 그 중 시즌권 회원은 1,000명에 달한다. 지방 구단이지만 관중 동원률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다. 2008시즌부터 2위로 물러났지만 이전 9시즌 동안은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농구 외에 특별히 열광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 흥행에 적잖은 도움이 됐다. 야구단이 들어선다면 탄탄한 소비층과 열정적인 응원, 충성도 높은 팬들을 한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임에 틀임없다.
LG 측은 야구단 창단을 환영하고 있다. 야구와 농구는 시즌이 다르다보니 소모전을 벌일 필요도 없고, 지역 내 스포츠 문화가 발전해 서로 이익관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이다.
시 입장에서도 엔씨소프트의 유입은 반가운 일이다. 창원시는 엔씨소프트의 젊고 혁신적인 IT 기업 이미지를 더해 기존 기계공업공단 이미지를 쇄신하고 스포츠도시, IT도시로 거듭나고자 한다.
특히 최근 마산 합포구 구산면에 부지를 마련한 해양관광단지인 경남마산 로봇랜드와의 결합이 기대를 모은다. 창원시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7000억원(국비 560억원, 도비 1000억원, 시비 1100억원, 민자 4300억원)을 들여 로봇랜드에 테마파크, 콘도, 박물관, 전시장 등을 설치한다. 추후 IT 관련 연구소 건립 등을 추진해 도시적인 이미지를 점차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이 창원시의 입장이다. 창원시를 바탕으로 엔씨소프트의 색깔이 더해져 만들어내는 최고의 하모니와도 같다.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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