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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
한복이 잘 어울린다. 쪽진 머리도 썩 잘 어울린다. 문채원의 단아하면서 여성스러운 생김새는 사극과 완전 맞춤이다. 이런 문채원이 조선시대 '공주'로 돌아왔다. 그녀가 출연중인 KBS 2TV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가 시청률 20%를 넘기며 명품 사극으로 사랑받고 있다.
'공주의 남자'는 왕이 되기 위해 수양대군(김영철)이 대신 김종서(이순재)를 무참히 살해한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수양대군의 딸 세령(문채원)과 김종서의 아들 승유(박시후)의 비극적인 로맨스를 그린 작품.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릴만한 핏빛 역사 속에서 희생되는 두 남녀의 눈물 나게 애틋하다. 비극이 깊어지면서 두 주인공의 사랑도 짙어지고, 시청자들의 몰입도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문채원이 시청자들에게 처음 눈도장으로 찍은 것도 사극이었다. 2008년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기품과 고혹을 동시에 품은 기생 '정향'으로 등장해 남장 여자이자 정인(情人)인 신윤복(문근영)과는 다른 매력으로 어필했다. 이후 SBS '찬란한 유산'(2009), KBS 2TV '아가씨를 부탁해'(2009), SBS '괜찮아, 아빠딸'(2010~2011) 등에 출연하면서 연기력도 인기도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영화는 2008년 '울학교이티'에 이어 관객 600만명을 돌파한 '최종병기 활'에 출연하며 하반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아우르는 흥행권으로 등극했다.
문채원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제2의 김희선'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외모로 화제가 됐다. 사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이마를 온전히 드러내는 5대5 가르마와 미세한 표정 변화를 짚을 수 있는 클로즈업 화면이 많기 때문에 머리발이나 옷발이 덜(?) 적용된다.
그런데 문채원은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공주의 남자'와 '최종병기 활' 모두에서 화장기 없는 얼굴과 산발머리에도 타고난 미모를 드러냈다. 문채원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찬란한 외모와 함께 회를 더할수록 진화하는 안정된 연기력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납치당하지만 그가 살아있는 것만으로 한없이 기쁜 애절한 눈빛 연기는 정말 일품이었다.
'공주의 남자'에서도 조선시대 말을 타고, 정해놓은 배필을 확인하기 위해 공주를 사칭하는 천방지축 발랄한 캐릭터에서 사랑의 성장 통을 호되게 겪으며, 평생 독신을 선언하고 아버지를 막고자 의지를 불태우는 강단 있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발전해나간다. '공주의 남자'에서 승유를 지키기 위해 활을 대신 맞는 지고지순을 보여주지만, '최종병기 활'에서 직접 활을 들고 적과 싸우는 과감성도 드러낸다.
타고난 외모는 단아하고 여성스럽지만, 문채원은 프로정신이 투철한 배우다. 비록 후천성(?) 공주이기는 하나 공주병은 찾아볼 수 없다. 얼굴만 믿고(?) 왕자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공주가 아닌 직접 활을 쏘고, 말을 타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며 나간다. 극 초반 연기력 논란을 떨치고 감성을 움직이는 절절한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는 문채원. 비록 극중에서는 비극적인 히로인이지만, 배우로서 그녀의 앞날은 한없이 찬란해 보인다.
['공주의 남자'(위)와 '최종병기 활'에서 열연을 펼친 문채원. 사진 = KBS제공, 영화 포스터]
김민성 ,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 www.sa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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