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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방송인 주병진이 정통 토크쇼 부활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1일 첫 방송된 MBC '주병진의 토크 콘서트'는 첫 손님으로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초대했다. 이날 방송에선 주병진의 건재함이 증명됐다. 시종일관 유쾌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특히 정통 토크쇼를 표방한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MC 주병진과 게스트 박찬호의 사이를 최대한 좁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유명 토크쇼의 자리 배치와 닮아 있었다.
토크쇼의 극적 요소를 부각시키는 화려한 CG는 없었다. 박찬호의 머리 위로 비가 쏟아지지도 않았고, 먹구름이 박찬호의 얼굴을 뒤덮는 장면은 한 차례도 없었다.
반면 주병진은 박찬호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었다. 자극적인 질문이나 무시하는 태도는 취하지 않았다. 철저히 박찬호를 배려한 그야말로 '예의 바른 토크쇼'였다.
앞서 '주병진 토크 콘서트' 기자 간담회에서 주병진은 "요즘의 젊은이들은 토크쇼의 정석이 변칙적인 스타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12년 전의 것을 보여주는 게 옛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정통 토크쇼는 불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예의를 갖추고 자극적이지 않은 토크쇼다. 변칙 스타일로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의미를 주고, 시청률과 싸움만 하는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묵직했다. 가벼운 웃음이 흐르지 않았다. 정통 토크쇼의 느낌이 최대한 살아 있었다.
하지만 주병진이 정통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과 시청자들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주병진이 방송계를 떠난 지난 세월 동안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의 입맛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하루 아침에 바뀔 리도 없다.
더구나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KBS 2TV '해피투게더3'는 전형적인 변칙 스타일이다. 여러 명의 MC에 게스트 또한 여러 명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멘트가 터질 지 종잡을 수가 없다. 왁자지껄하고, 서로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는 얘기를 하기 위해 경쟁한다. 이 때문에 '해피투게더3'는 단 5분만 봐도 웃음이 터진다. 웃음 포인트가 다양하고, 따라서 웃음의 지속성도 짧은 편이다.
그러나 '주병진 토크 콘서트'는 진득하게 바라봐야 된다. 주병진처럼 시청자들도 게스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단 5분만 봐서는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에는 입맛 돋구는 다양한 양념이나 화려한 빛깔의 고명은 없다. 장인이 정성스레 지어낸 흰 쌀밥일 뿐이다. 천천히 여러 번 씹어야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빨리 먹는 습관,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이들은 이 맛을 알 수 없다. 싱거울 뿐이다.
토크쇼의 장인 주병진은 정통 토크쇼의 참 맛을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주병진의 도전 '주병진 토크 콘서트'가 이제 막 닻을 올렸다. 두 번째 손님은 '최고의 배우' 차승원. 방송은 8일 오후 11시 5분이다.
[주병진(위)-최현정 아나운서(아래 왼쪽)와 박찬호.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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