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 약속', 종영 후 빛난 김수현식 드라마

[마이데일리 = 최두선 기자] '천일의 약속'이 수애의 죽음과 함께 종영했다.

20일 밤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에서는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서연(수애 분)의 죽음과 그런 서연을 변함없이 지켜준 지형(김래원 분)의 순애보가 그려졌다.

'천일의 약속'은 방송 전 김수현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김수현 작가는 '청춘의 덫', '불꽃' 등 파격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자타공인 스타작가다. 특히 김수현의 글은 다소 고전적인 듯 하면서도 진지함이 담겨있어 현실감을 잃지 않고 있다는 평을 얻었고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연 '천일의 약속'은 답답한 지형의 모습과 비현실적인 소재로 비판받았다. 서연의 병을 알게 된 지형은 결혼식 전날 정혼자 향기(정유미 분)와의 결혼을 포기했다. 누가봐도 비난받아야 할 지형의 모습과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명없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지형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답답함을 느꼈다.

지형과 서연의 결혼생활은 좀 더 현실적이었다면 더 치열했을 것이란 평이다. 지나치게 넓은 집, 자신만 바라봐주는 남편, 부족함 없는 생활여건은 알츠하이머라는 비극적인 소재에 대한 몰입도를 낮출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일의 약속'은 배우들의 열연과 굴곡있는 극 전개로 시청률 1위를 내주지 않았다. 수애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한 여성의 삶을 실감나게 대변했다. 드라마는 자극적이고 긴장감 있는 에피소드가 아닌 알츠하이머 초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을 그대로 보여줬다. 20부작이 하나의 영화처럼 펼쳐졌고 그 바탕에는 배우 수애가 있었다.

김래원의 연기도 드라마가 종영되자 빛을 발했다. 김래원은 드라마 내내 수애 곁에서 묵묵히 가슴앓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남자 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일관성있는 모습에 종영 후 진한 여운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특히 마지막회 기저귀를 차려하는 수애를 말리며 오열하는 장면은 그동안 지형이라는 인물의 마음고생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천일의 약속'은 주인공의 죽음을 자세히 묘사하지 않았고 치매라는 극적 설정에 대한 자극적인 에피소드도 없었다. 대신 비극적 병에 대한 당사자의 내적갈등,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때로는 아무렇지 않게 때로는 치열하게 감정변화를 일으킨 김수현식 밀고당기기 역시 지루할 수 있는 소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러한 점이 드라마는 끝났지만 서연과 지형의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수애(위쪽)-김래원. 사진 = SBS 방송화면]

최두선 기자 su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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