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마이데일리 = 김하진 기자]
차유주 아나운서 "나의 열정은 '할머니 여신'이 될 때까지"
"핫 스포츠의 안방마님 차유주입니다"
매일 저녁 퇴근길이면 조그만 핸드폰 화면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얼굴이 있다. 바로 스포츠 아나운서 차유주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같이 스포츠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지금 스포츠 아나운서도 흔한 직업이 되어버렸다. 수없이 쏟아지는 '여신'의 향연 속에서 차유주는 어떤 사람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K-리그 광, 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된 것은 집안 덕도 컸다.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스포츠광 집안'이다. 집안 전체가 프로야구 LG트윈스의 팬이고 남동생은 EPL 팬이다. 그녀는 어릴적 추억을 하나씩 꺼내보았다.
"집에서 아버지가 밥 먹을 때면 야구를 꼭 틀어놓으셨어요. 어릴 때만해도 '아빠, 왜 아직도 안 끝나'이러면 아버지는 '채널 돌리지 마'라고 하셨다. 그게 스트레스였죠. 방에서 2시간 있다가 나와도 야구는 끝나지 않고 있었는데 희한한 건 경기가 길어질 수록 아버지가 더 흥분하셨다는 거에요"
K-리그를 좋아하게 된 것은 순전히 남동생 덕분이다. 새벽같이 해외축구를 챙겨보는 통에 '왜 저럴까' 싶으면서 함께 보게 됐다고 한다. 또한 오히려 K-리그에 관심이 없는 동생 덕분에 그 반감으로 더 챙겨보게 됐다고.
남들이 야구 아나운서로 시작할 때 차유주는 K-리그 아나운서라는 길을 택하며 스포츠 아나운서의 세계로 들어섰다. 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K-리그에 대한 사랑이 너무나도 컸다. 2010년 SBS ESPN에 입사했던 차유주 아나운서는 배지현 아나운서와 함께 야구를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자꾸 K-리그가 아른거렸다. 결국 차유주 아나운서는 좀 더 험난한 길을 택했다.
차유주는 "야구가 너무 붐을 일으켜서 나까지 K-리그에 등돌리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땐 무작정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죠. 열정을 가지고 하면 팬들도 알아줄 줄 알았어요"이라며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편견을 가진 시선은 여전했다. '여자는 축구를 잘 모른다'라는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악플 공세에도 시달렸다. 그러나 차유주는 그때마다 "나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열심히 하니까 지켜봐달라"는 진심으로 밀어부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점점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어느덧 차유주 이름 석자 앞에는 '국대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차유주는 "포털사이트에 축구와 관련된 까페를 모두 가입했어요. 한 유명 까페에도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 댓글로 다들 알아봐주시더라구요"며 절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 이후의 길도 순탄하지 않았다. 공중파와 다른 대우에 서러움도 느꼈고 비나 눈 등 자연적 요소로 인터뷰가 취소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련에 굴복하지 않았다.
"스포츠는 무서운 게 내가 관심을 조금이라도 놓으면 뒤쳐지고 사그라들더라구요. 그래서 인터뷰가 없는 날에도 수원, 인천, 성남, 서울 등 다 가서 봤어요. 가서 앉기만 해도 일단 경기를 보게 되잖아요. 희열을 느끼게 되구요"
이런 차유주는 야구는 어떨까라는 마음에 야구장을 방문했다. 그녀가 방문한 것은 야구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을 하는 곳으로 유명한 부산 사직구장. 차유주는 '솔직히 너무 재밌더라'며 인정했다. 그럴 때 일수록 K-리그에 대한 안타까움도 커졌다.
하루는 친분이 있는 기자와 이야기를 하던 중 정말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 기자는 '요즘 여신이 많은데 진짜 여신은 40년 뒤에 할머니가 되서 팬이라며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는게 진짜 여신이다'라는 말을 했다. 차유주는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부터 핫스포츠의 MC를 맡게 되면서 축구는 물론 야구, 농구 등 모든 구기 종목을 접하게 됐다.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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