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배우 임지규가 윤석화의 24년 만의 스크린 컴백 작품인 '봄, 눈'(감독 김태균)을 통해 첫 상업영화 주연에 도전했다.
그가 맡은 역은 시한부 판정을 받은 순옥(윤석화 분)의 아들 영재로, 연기 잘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는 윤석화에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쳐 보이며 자신의 역량을 입증해 보였다.
사실 임지규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독고진(차승원 분)의 매니저, '역전의 여왕'에서 구용식(박시후 분)의 비서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지만 독립영화계에서는 '독립영화계의 강동원', '독립영화계의 샛별', '독립영화계의 스타' 등으로 불리는 배우기도 하다.
"부끄럽다. 사실은 운이 좋았다. 제가 독립영화를 찍을 때만 해도 그 쪽에서 활동을 하는 분들은 많이 계셨지만 수면 위로 올라온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제가 운이 좋았던 것이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은하해방전선'이 동시에 부산영화제에 가게 됐고, 한 달 간격으로 영화가 개봉을 했다. 흥행과는 먼 작품이었지만 그러면서 독립영화 배우가 사람들의 입에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게 됐다. 제가 했던 그 두 작품이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 중 그 영화를 참고로 해 수업을 듣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잘 했다기보다 그 작품 자체가 이야기가 많이 됐던 것 같다."
지난 2008년 제17회 부일영화상에서 '은하해방전선'으로 신인 남자 연기상을 수상했고, 드라마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도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차승원, 공효진, 김남주, 정준호 등 쟁쟁한 배우들과 연기한 임지규지만 대배우 윤석화와 작업은 신기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어렸을 때 윤석화 선생님 연극을 본 적은 없지만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됐고 연극계에서 절대 지울 수 없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한 배우와 모자관계가 된 것이 신기하고 사실 설레기도 했지만 부담감도 컸다. 제가 선생님과 같이 연기하는 것이 누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기우였다. 오는 4월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와 농익은 눈물 연기 등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 이처럼 좋은 평가를 받게 된 데는 윤석화의 힘도 컸다.
"가끔 어떤 신을 해결하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 패닉에 빠져 있으면 (윤석화가) 다그친다거나 그러지 않고 '네가 느끼는 게 맞는 거니까 그대로 해라'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힘이 됐고 제 자신한테 사실 좀 부끄러웠다. 어쩌다 후배들과 작업을 할 때 후배들이 많이 힘들어 했을 때 제가 알고 있는 것이 정답이라는 식으로 말해줬던 때도 있는 것 같다. 그 말이 그 친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제 말이 정답이 아니었는데 그런 식으로 말해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연기 경력이었지만 새로운 느낌이었다."
임지규는 이처럼 겸손한 답을 했지만 지난 2004년 조규옥 감독의 '핑거프린트'로 데뷔해 영화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 '은하해방전선', '과속 스캔들', 드라마 '파트너', '역전의 여왕', '최고의 사랑' 등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역을 소화해 냈다. 이 중 잘 '역전의 여왕'에서 할 말 다 하는 비서 강우 역, '최고의 사랑'에서 사랑스러운 매니저 김재석 역으로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착하고 귀여운 이미지를 심어 줬다. 이번에 선보일 영화 '봄, 눈'에서 그가 맡은 영재 역은 이러한 역할들과 거리가 멀다.
"이제껏 제가 대중들한테 보여줬던 이미지와 또 다른 이지미다. 이번 '봄, 눈'이라는 영화를 귀엽고 찌질함과는 먼 무뚝뚝하면서 진지한 부산 아들 역할이다. 예전에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가벼움은 거둬내고 조금 진지한 아들을 연기하게 됐다. 기존에 해왔던 역할과 많이 달랐지만 제가 살아왔던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어서 흥미가 갔다. 사실 단편적으로만 매체를 통해 정보를 보게 되면 식상할 수 있는 소재지만 이 글을 쓴 작가이자 감독님인 김태균 감독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공 없이 사실 그대로 썼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읽을 때 가슴이 아팠고 내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었다. 영화를 볼 때 깊숙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이번 역을 통해 가슴 절절한 눈물 연기를 선보인 임지규는 남성다운 역할에 대한 욕심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배우기도 했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과 같은 느낌을 가지고 싶어 해도 자신이 그 역할을 맡았을 때 다른 사람들이 캐스팅에 공감할 수 있는 배우가 먼저 되길 바라는 사람이다. 또 자신의 연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고 싶어 하는 배우기도 했다.
"저는 제가 하는 작품을 통해서 좋은 느낌을 주는 배우고 싶다. 물론 언젠가는 악역을 연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연기를 통해 이왕이면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다는 배우고 싶다. 누군가 '질려요'라고 하면 고민해 보겠지만(웃음)."
마지막으로 그는 '봄, 눈'을 보게 될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항상 옆에 있어서 잘 느끼지 못했던 내 가족이, 실은 곁에서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존재라는 것을 '봄, 눈'이라는 영화를 통해 선물로 가져갔으면 좋겠다."
[임지규.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