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BK의 승부욕은 2군에서도 여전했다.
'핵잠수함' 김병현(넥센 히어로즈)이 한국 무대 첫 선발 등판을 완벽하게 마쳤다. 김병현은 4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군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 4이닝 무안타 5탈삼진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김병현은 4회 2아웃까지 퍼펙트를 기록할 정도로 완벽한 투구였다. 또한 4타자 연속 삼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비록 2군 경기이기는 하지만 한국 무대 연착륙을 위한 청신호를 알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병현답다고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은 강한 승부욕이다. 이날 김병현은 50~55개의 투구를 하기로 예정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컨디션을 점차 끌어 올리고 있는 김병현으로서는 투구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넥센 정민태 코치 역시 "투구수를 맞춰서 서서히 올려나가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1회를 공 8개로 깔끔하게 마친 김병현은 2회들어 나성용과 9구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며 17개의 공을 던졌다. 다시 3회에는 단 9개만을 던졌다. 누적 투구수가 34개로 3회까지의 페이스라면 여유있게 4회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4회 2아웃까지는 그랬다. 최영진을 공 7개로 유격수 땅볼, 이천웅은 3개로 중견수 뜬공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때 암초가 나타났다. 정의윤이 끈질긴 모습을 보이며 8구까지 승부를 펼쳤다.
이 때부터 김병현의 불타는 승부욕이 눈길을 끌었다. 볼카운트 2-2에서 회심의 공이 연이어 커트 당하자 힘있는 직구로 삼진 욕심을 냈다. 하지만 너무 힘이 들어가다보니 공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결국 풀카운트가 됐고 볼넷을 허용했다. 결국 정의윤 타석까지 52개의 투구수. 충분히 바뀔 수 있었지만 넥센 2군 코칭스태프는 김병현에게 다음 타자까지 맡겼다.
김병현은 최승준을 상대로 초구 볼을 던진 뒤 2구째 스트라이크, 3구째 헛스윙을 유도했다. 그러자 넥센 양승관 2군 감독이 김병현에게 다가갔다. 이날 한계투구수인 55개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눈 양 감독은 김병현을 남겨놓은 채 다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4회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고 내려오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것이다. 4회까지 던졌으며 0-0이었기에 승리투수와도 관계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날 투구는 경기 상황 대신 투구수에 맞춰 테스트하는 성격의 경기였다. 그럼에도 김병현은 깔끔히 4회까지 막고자 했고 결국 56번째 공을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하며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은 투구수를 기록한 뒤 경기를 마쳤다.
예전 악동 이미지를 버리고 때로는 친절한, 때로는 엉뚱한, 때로는 시크한 매력을 선보이는 김병현이지만 마운드 위에서의 승부욕만큼은 지금도, 그리고 2군 무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사진=넥센 김병현]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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