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드디어 KIA 최희섭이 돌아왔다. 효과는 강렬했다.
신년 벽두부터 팀 이탈 파동을 일으켰던 최희섭이 10일 전격 1군에 등록된 뒤 11일 광주 삼성전서 4번 지명타자로 올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4타수 1안타로 나름대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고, 특히 9회말 결정적인 안타를 쳐내며 이름값을 해냈다. 몸도, 마음도 달라졌음을 입증한 최희섭이었다.
▲ 몸도 마음도 지난해와 다르다
최희섭은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70경기서 타율 0.281 9홈런 37타점에 그쳤다. 1년 내내 1군과 재활군을 오르내리며 팀 분위기를 흐렸다. 본인도 몸과 마음이 지쳤다. 11일 광주 삼성전에 앞서 기자와 만난 최희섭도 “작년에는 정말 야구가 하기 싫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제는 문제가 다 해결됐다. 스트레스도 받을 게 없고, 감독님 말씀대로 몸 만들기에만 집중했다. 체지방이 10% 정도 빠졌고, 근육량이 10% 정도 늘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 결과”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표정이 밝아진 최희섭이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돌아와서 KIA가 꽉 차 보인다는 말을 하더라”며 “한, 미 통틀어 프로 14년차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을 생각하는 고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집중력 싸움이고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실력, 첫 날부터 보여줬다. 수비에서 큰 체구를 활용해 내야수들의 빗나간 1루 송구를 척척 받았고, 타격에서는 경기 막판 결정적인 한방을 작렬하며 이름값을 다했다.
▲ 아직 부족한 실전 감각, 그래도 결정타 작렬
1군 복귀전 첫 상대 투수가 너무 강했다. 삼성 윤성환은 국내 최고의 커브 전문가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다듬어 구종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더구나 이날 최고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예상대로 말렸다. 1회 첫 타석에서 연이어 스트라이크 3개를 멀뚱멀뚱 쳐다본 채 덕아웃으로 돌아선 최희섭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체인지업에 베트를 돌려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고 말았다. 심지어 6회 세번째 타석에서는 직구에 방망이가 헛돌고 말았다. 최희섭은 2군에서 훈련을 했지만, 정작 실전 연습경기는 많이 갖지 못했다. 야간경기 적응도 아직은 덜 됐다. 여러모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본인의 말대로 집중력이 떨어지진 않았다. 1사 1루 상황에서 안지만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우중간에 타구를 떨궜다. 다소 막혔지만, 베트는 간결하게 돌았다. 또한 삼성 중견수 배영섭이 3루로 뛰던 안치홍을 태그 아웃하기 위해 송구한 공이 3루수 박석민이 잡지 못한 사이 기민하게 2루로 내달리는 재치를 보였다. 순간적인 상황 판단능력이 살아있었다. 이 한방으로 1사 1루는 1사 2,3루가 됐고, 결국 김원섭의 밀어내기 볼넷의 원동력이 됐다. 결정적인 순간에 일타가 나오며 간판타자의 위용을 뽐냈다.
▲ 내야 수비 안정은 보너스
하나 더 있다. 바로 수비다. KIA 내야진은 사실 썩 강하다고 볼 수 없다. 김선빈과 안치홍, 키스톤 콤비는 젊고 가능성이 많지만, 아직 수비가 농익은 편은 아니다. 여기에 3루수 이범호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이날 3루는 젊은 피 홍재호가 맡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희섭이 들어오자 보이지 않는 안정감이 생겼다. 1루수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다른 내야수들의 볼을 잘 받는 것이다. 아무래도 송구보다는 포구할 일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최희섭은 그런 점에서 좋은 1루수다. 워낙 거구라 송구가 조금 빗나가도 팔과 다리를 뻗어 척척 잡아낼 수 있다. 특히 4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박석민의 타구를 윤석민이 처리할 때 마음이 급한 나머지 송구가 높았지만, 최희섭은 마치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을 하듯 까치발을 선 채로 팔을 위로 쭉 뻗어 윤석민의 송구를 자신의 미트에 안착시켰다. 1루수가 볼을 잘 받으면, 다른 내야수가 그만큼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 윤석민은 자신의 빗나간 송구를 잘 잡아준 최희섭이 고마웠을 것이다. 그런 게 모이고 모여 팀워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KIA는 이범호와 김상현이 1군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최희섭의 4번타자와 1루수 원대 복귀는 이렇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베일을 벗은 최희섭 효과는 컸다. KIA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달았다.
[1군 복귀전에 앞서 훈련 준비를 하는 최희섭(위), 안타를 치고 의기양양해 하는 최희섭(아래) 사진 = 광주 한혁승 기자 hanph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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