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로야구가 개막 2주가 흘렀다. 이제 탐색전을 서서히 마칠 시기다. 8개 구단 거포들도 서서히 방망이 감각에 불을 붙일 때다. 특급 타자들은 결국 주머니 속에서 튀어 오르는 법. 하나 둘 홈런 경쟁에 뛰어들 때다. 예상대로 각팀 거포들이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홈런을 쳐낸 거포들과 못 친 거포들, 무슨 속사정이 있을까.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4번 책임 완수
23일 홈런 1위는 4개를 쳐낸 LG 정성훈과 넥센 강정호다. 거포 이미지와는 살짝 거리가 있다. 정성훈은 올 시즌 LG 4번 타자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좌타 중심 라인업에 우타자로 중심을 잡겠다는 김기태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정성훈은 15일 잠실 KIA전부터 19일 청주 한화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을 쳐내며 거포로 빙의했다. 거포라서 홈런을 친 게 아니라, 홈런을 쳐서 거포가 된 듯한 케이스다. LG 타선이 정성훈 앞, 뒤에서 비교적 잘 터지니 정성훈이 부담 없이 타격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타점도 10개로 3위다. 홈런 3개를 쳐 공동 3위에 올라 있는 롯데 홍성흔도 비슷한 케이스다. 거포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롯데 타선이 워낙 잘 터지는 통에 상대 투수가 홍성흔에게 집중 견제를 할 수 없다. 타율이 0.425로 3위이고, 타점은 17개로 1위다. 그런 가운데 집중력 있게 한 방을 작렬하고 있다.
▲ 쾌조의 타격감… 공포의 중심타자
홈런 1위에 올라 있는 강정호와 3위에 있는 삼성 박석민은 4번 타자는 아니지만, 시즌 초반 유독 타격감이 좋다. 강정호는 4번 타순에서 벗어나니까 오히려 부담을 벗고 홈런 본능을 내뿜고 있다. 타율도 0.333이고 득점권 타율도 0.385에 타점도 13개로 2위다. 홈런을 노리는 게 아니라 꾸준히 좋은 타격감 유지 속 홈런이 나왔다고 유추 가능하다. 박석민도 5번타순에 이아 2번타순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다. 타율도 0.390으로 7위이고 타점도 10개로 3위다. 더구나 시즌 초반 4번 최형우가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어 우산효과를 받지 못하는 와중에 올린 성적이라 더더욱 대단하다. 이들은 홈런 경쟁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홈런을 노려서 홈런을 친 게 아니라, 타격 컨디션 자체가 좋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거포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가장 잘나가는 거포는 역시 삼성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22일 청주 한화전서 시즌 3호 투런포를 쳐냈다. 홈런 부문 2위. 잊을 만하면 한 방을 가동하고 있다. 이승엽 역시 타율도 0.356으로 10위이고, 타점도 8개로 7위다. 타격 페이스 자체가 폭발적인 건 아니다. 그러나 쉽게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단타와 장타를 노려야 할 타이밍을 안다. 이밖에 넥센 4번 타자 박병호도 지난해 막판 행보가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는 걸 시즌 초반부터 보여주고 있다. 타율은 0.171이지만, 홈런은 2개로 나름대로 거포 본능을 과시하고 있다.
▲ 홈런 저조한 거포들의 명암… 곧 나오거나, 부진하거나
한화 김태균이 22일 청주 삼성전서 국내 복귀 950일만에 홈런을 작렬했다. 12경기만의 첫 홈런이니 사실 좀 뒤늦었다. 하지만 김태균의 홈런은 예고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타율이 0.500으로 1위다. 좀처럼 타격감이 식을 줄 모른다. 22일 경기서도 3안타 게임을 했다. 그런 가운데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포를 가동한 것이다. 원래 김태균은 코스와 구질을 파악해 무리하지 않고 안타를 노리다가 실투에 홈런을 노리는 스타일이다. 이제 홈런이 나왔으니, 앞으로 계속 터질 가능성이 크다. 홈런왕 경쟁의 가장 강력한 잠룡이다. 여기에 두산 김동주도 아직 홈런은 없지만, 타율은 0.342이고 타점도 8개로 타격 페이스가 나쁘지 않다. KIA 최희섭도 지난주에는 비교적 잠잠했지만, 타율 0.333에 1홈런 8타점으로 페이스 자체는 나쁘지 않다. 이들은 김태균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홈런이 연이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가장 문제를 안고 있는 거포가 바로 삼성 최형우와 한화 최진행이다. 지난해 홈런, 타점, 장타율 등 타격 3관왕을 차지했던 최형우는 그러나 올 시즌 홈런도 없고 타율도 0.178에 3타점에 불과하다. 류중일 감독은 끊임없이 4번 타순에 배치해 믿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배트 중심에 공을 맞추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있다. 22일 청주 한화전서 기록한 1안타가 4경기만의 안타였다. 한화 최진행은 더 하다. 타율 0.088에 홈런 없이 1타점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타로 나서고 있지만, 그마저도 위축돼 자기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형우와 최진행은 최근 급성장했다는 점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 홈런 쳐낸 거포와 못 쳐낸 거포들, 이렇게 저마다 사정이 다르다.
[극과 극의 성적을 올리고 있는 LG 정성훈(위 사진)과 삼성 최형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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