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한 구종의 속도 차이가 20km가 났다. 왜일까.
문성현은 넥센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영건 선발이다. 지난해 5승 12패를 기록하며 승보다는 패가 훨씬 많았지만 4.34라는 평균자책점에서 보듯 가능성도 확실히 보였다. 올시즌에도 첫 등판에서는 3⅔이닝 9피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점차 자신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그가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며 첫 승을 거둔 20일 목동 두산전, 이날 문성현은 '의아한' 투구분석표를 남겼다. 직구 최고구속은 147km로 크게 돋보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직구 '최저구속'은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흔히 말하는 '직구'가 127km에 머물렀기 때문. 한 구종의 구속 차이가 20km가 난 것이다.
20km정도의 구속 차이는 구종이 다르더라도 쉽사리 낼 수 없는 변화다. 직구와 슬라이더, 직구와 스플리터의 경우 10km에서 많아야 15km정도 날 뿐이다. 직구와 커브 정도가 돼야 20km 이상의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공의 궤적 자체가 다르다. 이날 문성현은 같은 궤적의 공을 20km 속도 차이로 던졌다.
또한 120km대 직구 자체는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다. 프로 선수들이라면 제 아무리 나이가 든 선수들이라도 130km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진다. 120km대 직구는 종잡을 수 없는 너클볼을 던지는 팀 웨이크필드정도에게나 볼 수 있던 구속이었다.
그렇다면 127km짜리 직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문성현은 이에 대한 물음에 "내가 던지는 공이 직구, 슬라이더 등 주로 빠른 구종들이다. 때문에 타자들이 대부분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잡고 들어오더라. 그래서 직구 그립을 잡고 '슥~' 놓는다는 느낌으로 던진 것이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1991년생' 영건의 놀라운 체인지 오브 페이스다. 같은 구종을 20km 차이가 나게 던진다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상대방이 노리는 부분을 파악하고 이에 대응했다는 것 자체가 그의 가능성을 확인케 한다. 문성현의 120km대 직구 속에는 그의 밝은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포함돼 있다.
[한 경기에서 147km 직구와 127km 직구를 함께 던진 넥센 문성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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