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비가 와도 로테이션 순서는 안 바꾼다”라는 삼성 류중일 감독과 “비가 와도 예정된 등판일을 지킨다”라는 두산 김진욱 감독의 미묘한 선발 투수 운영 방침이 부른 결과일까. 지난달 26일 인천 SK전에 선발로 나서고 5일을 쉰 뒤 2일 대구 삼성에 ‘정상적’으로 선발 등판한 두산 더스틴 니퍼트와 지난달 24일 대구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고 7일을 쉰 뒤 2일 대구 두산전에 ‘하루 늦게' 등판한 삼성 윤성환의 컨디션은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니퍼트와 윤성환이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삼성전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니퍼트는 이날 전까지 3승 1패 평균자책점 2.54, 윤성환은 지독한 불운 탓에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하고 있었다. 승리는 니퍼트가 많이 챙겼지만, 투수의 가장 중요한 잣대인 평균자책점에서는 오히려 윤성환이 나았다. 둘은 양팀의 에이스이기에 일찌감치 맞대결에 관심이 몰렸다.
▲ 예정된 등판, 하루 밀린 등판
하지만, 니퍼트는 원래 이날 등판이 예정돼 있었고, 윤성환은 1일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이날 하루 늦게 등판했다. 그 때문인지 니퍼트는 착실하게 컨디션을 조절한 결과가 투구에 드러난 듯 했고, 윤성환은 다소 긴 휴식 때문인지 제구력에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이날 니퍼트를 선발로 내세우는 이유에 대해 “선발 투수에게 예정된 등판일을 가급적 지켜줄 생각”이라며 1일 등판하지 못한 임태훈을 3일 경기에 내세운다고 밝혔다. 사실 두산도 3일 확실히 내세울 투수가 없기도 했지만, 지난주 등판 이후 2일에 맞춰 몸을 만든 니퍼트를 비가 왔다고 해서 등판을 하루 연기시키고 싶지는 않았다는 설명을 했다. 선발 투수는 보통 쉬는 날 단거리 러닝, 장거리 러닝, 웨이트, 불펜 피칭, 하프 피칭 등을 체계적으로 한 뒤 4일 혹은 5일을 쉬고 나온다. 이 리듬이 끊길 경우 컨디션에 난조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삼성 류중일 감독은 전체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생각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선발 로테이션을 뒤섞으면 그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투수들 컨디션에 독이 된다”는 게 류 감독의 말이다. 그래서 윤성환을 하루 더 쉬게 하고 이날 등판을 지시했다. 더구나 변형 6선발 체제를 사용하는 삼성은 다른 팀보다 선발 투수의 휴식이 하루 정도 길때가 있다. 보통 4일에서 5일 정도를 쉬고 나서는 다른 팀과는 달리 삼성 선발들은 5일에서 6일 정도를 쉬고 6일째와 7일째 나서는 경우가 많다. 류 감독은 그래서 “우천 취소가 달갑지 않다”라고 말한다.
▲ 컨디션의 차이인가
그러나 윤성환에게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지난달 25일 대구 롯데전이었다. 삼성은 그날 우천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때문에 삼성 선발 투수들은 현재 기존 로테이션에서 하루 더 쉬고 나서고 있다. 4~5일을 쉬는 다른 팀보다는 최대 2일 정도 더 쉰다. 실제 니퍼트보다 윤성환은 이틀 더 쉬고 나왔다. 윤성환은 이날 무려 7일을 쉬고 8일째에 나선 것이다. 투수의 경우 잦은 연투도 컨디션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너무 쉴 경우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날 윤성환은 5이닝동안 무려 105개의 볼을 던졌다. 이닝당 21개의 공을 던진 셈이다. 전반적으로 한 타자에게 뿌리는 공이 많았다. 풀카운트에 가기 일쑤였고, 그러다 볼넷도 4개나 내줬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지만, 결정구로 찔러넣는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고, 예리하지 못한 변화구는 두산 타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윤성환은 결국 5이닝 4피안타 5볼넷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특히 5회 추가점을 내주는 과정에서 이종욱과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주는 것이 좋지 않았고, 2회 선취점도 폭투로 내줬다. 물론 폭투는 포수의 책임도 있지만, 이날 윤성환의 제구력은 그답지 못했다. 스트라이크는 64개나 던졌지만, 주무기 커브는 16개를 던져 단 6개만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갔다. 슬라이더도 12개를 던져 6개만 스트라이크가 됐다. 여기에 직구 최고 구속도 140km에 머물렀다. 결국, 패전의 멍에를 썼다.
반면 제 날짜를 지켜서 나온 니퍼트는 이날도 예리한 볼을 뿌렸다. 한국 프로야구 최장신 투수(203cm)에 걸맞게 위에서 아래로 내리 꽂는 타점 높은 직구는 삼성 타자들이 지난해에도, 올해도 알고도 치지 못했다.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결정적인 위기였던 4회말 2사 2,3루 위기에서 몸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배영섭을 서서 삼진 처리 한 건 백미였다.
7이닝동안 108개의 투구를 하며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4승째다. 이닝당 투구수도 15개 정도로 알맞았고, 직구 최고 구속도 148km가 나왔다. 주무기 싱커도 144km이나 나오며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여기에 130km의 느린 슬라이더로 완전히 삼성 타선을 농락했다. 기본적으로 타점 높은 직구 구위가 좋은 가운데 변화구로 구속 완급 조절까지 했다. 컨디션이 완벽에 가까웠다. 이렇듯 이날만큼은 우천 취소 후 두 투수의 컨디션 여부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말았다.
경기 후 시즌 4승째를 따낸 니퍼트는“4경기 연속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어서 기분이 좋고 나오는 경기마다 최대한 불펜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은 마음뿐이다. 양의지와 리그 최고의 수비를 믿고 던졌다. 이제 5월이라 다승 타이틀, 연속 퀄리티 스타트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극명한 차이를 보인 두산 니퍼트(위)와 삼성 윤성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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