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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무한걸스'는 굳이 '무한도전'을 따라할 필요가 없다. '무한걸스'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싶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에서 방송되던 '무한걸스'는 지난 16일부터 지상파채널 MBC에서도 방송 중이다.
지상파로 건너온 '무한걸스'는 '무한도전' 인기 아이템 10개를 선정해 '무한걸스' 버전으로 선보이겠다고 알렸다. 이미 16일에는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편을 패러디한 '무걸출판사'가 방송됐고, 오는 24일에는 '무한도전'의 '빙고 특집' 편을 패러디한 '빙고레이스'가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 2007년 '무한도전'의 여성 버전을 표방하며 탄생한 '무한걸스'에게 '무한도전'은 아버지와 같은 프로그램이다. '무한도전'이 없었다면 '무한걸스'는 만들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상파로 온 이상 '무한걸스'는 '무한도전'과 거리를 두고 프로그램의 색깔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무한걸스'가 케이블채널에서 방송되는 것이라면 '무한도전' 패러디는 '무한도전' 팬들에게도 특별한 재미를 줄 수 있다. 그러나 토요일에 '무한도전'이 방송되고 일요일에 '무한도전'을 따라하는 '무한걸스'가 방송되는 건 시청자들의 싫증만 유발할 뿐이다.
또 '무한도전'이 매회 새롭고 기발한 아이템을 선보이는데 반해 '무한걸스'가 '무한도전' 아이템을 반복하면 충성도가 높은 '무한도전' 팬들에게 '무한걸스'가 아이템을 빼앗았다는 거부감마저 들게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무한도전'이 장기 결방 중인 상황에서 '무한걸스'가 지상파로 건너온 것이라 '무한걸스'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굳이 '무한도전' 아이템을 따라하면서까지 비난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케이블채널에서 세 번의 시즌을 거쳐온 '무한걸스'는 한국 예능계에 독보적인 여성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멤버 교체가 있었던 시즌2 당시 프로그램이 흔들렸지만 위기를 견뎌내고 시즌1 멤버들이 복귀하면서 시즌3 때 다시 '무한걸스'만의 색깔을 되찾았다. 이 과정에서 송은이, 황보, 백보람, 안영미, 신봉선, 김신영, 김숙 등 '무한걸스' 멤버들의 캐릭터도 '무한도전'의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길 만큼이나 뚜렷해졌다.
그래서 아쉬운 건 '무한걸스'가 지상파에서 스스로의 장점을 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의 '땜질용'이란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돼 있는 시점에 '무한도전' 아이템까지 따라하며 시청자들에게 '무한걸스'의 매력을 전혀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무한걸스' 멤버 김신영은 지상파 입성을 "작은 집에 있다가 큰 집으로 이사가는 느낌"이라면서 "설레기도 하고 이 집을 어떻게 메울까 하는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갑자기 집이 커져서 낯설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무한도전'의 집에 있는 걸 가지고 오지는 말아야 한다. '무한걸스'는 이미 스스로 큰 집을 메울 능력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MBC '무한걸스' 멤버 황보, 백보람, 김숙, 신봉선, 안영미, 김신영, 송은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 = MBC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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