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쇼케이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녀새가 영예로운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미녀새’ 엘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3연패를 노렸으나 실패했다. 이신바예바는 7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전서 4m 70cm로 동메달에 그쳤다. 자신의 세계기록인 5m 6cm에 한참 뒤진 기록이었다.
이신바예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장대높이뛰기의 절대 강자다. 베이징올림픽에서 5m 5cm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고, 2009년 스위스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골든리그에서 5m 6cm로 세계기록을 세웠다. 장대높이뛰기의 절대 강자였던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가 1994년에 작성한 6m 14cm에 불과 90cm의 차이만 날뿐이다. 이신바예바가 여자인 걸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다.
밥 먹듯이 자신의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던 이신바예바는 그러나 2009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내리막을 탔다. 그녀도 더 이상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듯했다. 지독한 슬럼프가 찾아왔고,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6위에 그쳤다. 올 시즌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실내세계육상선수권대회서 4m 80cm를 기록하며 재기를 하는 듯 했지만, 진정한 재기 무대인 올림픽에서 4m 80cm을 넘지 못했다.
이신바예바는 예선서 4m 55cm를 가뿐하게 넘어 결선에 올랐지만, 결선서 4m 75cm과 4m 80cm에 연이어 실패하며 올림픽 3연패 꿈을 접었다. 대신 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제니퍼 슈어(미국)은 실바 야리슬레이(쿠바)와 치열한 접전 끝에 시기 차에서 앞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신바예바는 올해 나이가 만으로 서른이다. 전성기에서 내려올 시기인 건 확실하다. 경쟁자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날 슈어와 야리슬레이, 스파이젤버그 실크(독일) 등은 전혀 이신바예바에게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의도대로 바를 넘었다. 이신바예바가 오히려 상위권에 위치한 선수들을 뒤쫓는 형국이었다. 앞으로도 점점 나이를 먹을 이신바예바가 세계 정상급 선수로 군림한다는 보장은 없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신바예바는 최근 서서히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2013년 자국에서 열리는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한다는 말이 있다. 올림픽은 이번 런던이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올림픽에서 비록 금메달은 놓쳤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올림픽 정신을 발휘하며 관중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다.
영원할 것 같았던 미녀새의 비상이 끝나가고 있다. 자신을 슈퍼스타로 이끌어준 올림픽 무대에서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단지 스포츠에 '영원'이란 말은 없다는 게 또 한번 입증됐을 뿐이다.
[이신바예바. 사진 = gettyimage/멀티비츠]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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