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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한 20대 남자배우가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했다.
"조인성이나 강동원 선배들이 내 나이 때 주연을 맡아서 보여줬던 카리스마가 왜 내게는 없는 걸까. 내가 어렸을 때 보던 그들은 묵직한 느낌이었는데, 어째서 나는 예전 그들의 나이가 됐는데 무게감이 다른 걸까."
돌이켜보면 조인성이 '발리에서 생긴 일'이나 '봄날'에 출연하던 때 그의 나이는 불과 스물 셋 넷 정도였다. 강동원이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출연하던 때도 그의 나이 불과 스물 여섯. 더 거슬러 가보면 이정재가 '모래시계'에 출연하던 때 그도 이십대 초반이었으며, 절친한 동갑배우 정우성과 '태양은 없다'를 찍었을 때도 이십대 중반에 불과했다.
이 20대 남자배우의 말처럼 과거 이들의 비해 오늘날 20대 배우들 중 카리스마를 갖춘 배우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의 고민은 어쩌면 20대 배우들 전체의 고민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20대 배우들의 카리스마 실종이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 20대 배우는 "배우들의 수명이 늘어났으니 남자들이 보여주는 남성미나 카리스마가 서른이 넘어야 나온다고들 하더라"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했다. '도둑들'로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른 이정재 본인은 "배우의 카리스마는 작품과 캐릭터가 만들어주는 것이 크다. '비트'라는 작품이 없었다면 정우성의 우수에 찬 멋있는 남성의 매력이 잘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비트'라는 작품이 있었기에 지금의 정우성이 있는 것이다. 그런 작품들이 예전에는 많았는데 요즘에는 적어진 것은 확실하다. 흥행이 되는 작품 위주로 제작되는 환경적인 변화의 탓도 크다. 흥행은 곧 재미와 직결돼 재미 위주로 가다보니 무게감이 느껴지는 캐릭터가 많이 나올 수 없는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시대가 변화했고, 대중이 원하는 우상의 모습이 변화한 탓도 클 것이다. 스타들의 신비주의 마케팅이 점차 없어지고 친근한 매력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일조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처럼 오늘날 20대 배우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과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활약하는 이들이 분명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20대 배우들 중 충분히 잠재력을 갖춘 이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영화 감독은 "감독의 탓도 크다. 감독들이 젊은 배우들을 받쳐주지 못 하지 않나. 젊은 감독이 젊은 배우와 호흡해서 새로운 시너지를 창조해야 하는데 이름 있는 감독은 이름 있는 배우들과만 작업을 하는 분위기에서는 20대의 카리스마는 재현되기 힘들다"라고 분석했다.
또 "근래 발전한 아이돌 산업 탓에, 과거와는 달리 잘 생긴 이들의 수요가 증가했다. 이들이 배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알에서 깨어나오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말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는 뚜렷한 작품을 해야한다는 말이다. 그런 기회를 잡는 젊은 배우는 어떤 반열에 올라서 자기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출구를 찾지만 요즘은 과거 이정재와 정우성이 활동하던 때와 달리 경쟁이 치열해져 좀처럼 그런 기회를 잡기 힘든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사진=드라마 '발리에서 생긴일', 영화 '비트', '우행시', '태양은 없다' 스틸]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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