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문학 김진성 기자] 단기전 약체 이미지를 완전히 벗었다.
롯데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선전했다. 이용훈과 라이언 사도스키가 없는 선발진을 나머지 불펜 투수들이 십시일반의 힘으로 메웠다. 포스트시즌 들어 적극적으로 움직인 양승호 감독의 용병술도 의미가 있었다. 시즌 내내 쌓아온 불펜 필승조는 SK 필승조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화려함이 아닌 실속을 가득 채운 롯데 야구는 2012년 분명 진화했다.
하지만, 분명 2% 부족했다. 양승호 감독은 준플레이오프부터 적극적으로 사인을 냈지만, 정작 “작전수행능력에선 부족하다. 올 시즌 후 더 많이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벤치에선 강공 사인을 냈는데 정작 선수들은 번트를 시도한 것, 예전보단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승부처에서 종종 나오는 실책 등은 롯데 야구의 2% 부족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4차전서 2루에서 리드폭을 크게 가져간 정근우의 움직임을 포수 강민호가 알아챘음에도 결국 내야진이 3루로 뛰는 정근우를 잡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쉽게 처리하기 어려운 타구에 멋진 호수비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손쉬운 타구에 에러도 종종 나왔다. 5차전 4회 박준서의 땅볼 처리 실책, 5회 포수 강민호와 내야진의 호흡 불일치로 인한 송구-포구 미스 등은 고스란히 실점으로 연결됐다.
올 시즌은 과도기라 할 수 있다. 박빙 승부에서 손쉽게 무너지지 않고 끈끈하게 버텨내는 모습만으로 2012년 롯데는 성공적이다. 박빙 승부 지배의 든든한 뿌리라 할 수 있는 강력한 불펜진 구축도 엄청난 수확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단계 성장하려면, 한국시리즈 우승 숙원을 풀기 위해선 반드시 메워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롯데의 단기전은 이렇게 마무리가 됐지만, 아직 끝은 아니다. 롯데는 11월 8일부터 11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에 홈팀 자격으로 출전권을 획득한 상태다. 그 대회엔 일본, 대만, 중국, 호주 우승팀이 모두 출전한다. 롯데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가운데 단기 토너먼트서 이겨내는 법을 익힐 수 있다.
자꾸 빡빡한 단기전을 치러봐야 내성이 생기고 성장한다. 올 시즌 롯데가 13년만에 포스트시즌 시리즈서 승리한 것도 결국 지난 4년간 가을잔치 첫 시리즈에서 연이어 패퇴해봤던 게 자양분이 된 것이다. 2년 연속 SK의 벽을 넘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번엔 또 넘지 못했지만, 다음엔 넘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기술적인 준비가 뒷받침된다면 롯데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다.
딱 2%가 아쉬운 롯데, 그래도 후회없이 잘 싸웠다.
[롯데 선수들. 사진 = 문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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