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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4' 진짜 문제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결과가 안타깝습니다. 음악적 시선과 대중의 시선이 이렇게 다른 건가요?"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4'의 심사위원인 가수 이승철이 탈락 후보로 허니지와 딕펑스가 남게 되자 한 말이다. 대중이 전문가이자 음악인인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다른 선택을 한 게 안타깝다는 뜻이었다. 이는 곧 대중의 선택이 참가자들의 음악적 역량을 반영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허니지와 딕펑스가 탈락 후보가 된 것이란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승철은 틀렸다. 결과적으로 허니지의 탈락은 음악적 시선과 다른 대중의 시선이나 문자 투표 탓이 아니라 심사위원들의 탓이 더 컸다.
'슈퍼스타K'의 점수 시스템은 시즌1부터 지금까지 비율의 정도 차이만 있었지 큰 토대는 변하지 않았다. 심사위원 점수의 비율을 문자 투표나 인터넷 투표 점수 비율보다 훨씬 낮게 책정한 시스템으로 매 시즌마다 지금의 정준영 때처럼 인기 투표 논란에 휩싸이는 참가자가 존재했다.
따라서 생방송에 돌입하고 문자 투표와 인터넷 투표가 실시됐을 때, 인기 투표로 흘러가게 되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새삼스럽게 이번 시즌에 불거진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시즌1부터 시즌4까지 계속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슈퍼스타K'의 시스템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이승철이 '음악적 시선'과 '대중의 시선'을 언급하며 이런 발언을 했다는 게 오히려 실망스럽다.
심사위원 점수의 비율을 30%로 책정한 시스템이 문제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문제의 시스템은 참가자와 심사위원 모두 이미 합의를 한 내용이다. 이제 와서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기에는 늦었다. 중간에 바꿀 수도 없고, 제작진이 시즌마다 반복되는 논란에도 이러한 시스템을 고집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진짜 문제는 오히려 심사위원들의 '감싸주기'식 점수다. 논란이 된 정준영의 '그것만이 내 세상'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각각 이승철 86점, 윤미래 87점, 윤건 86점을 받아 총 259점이었다. 반면 탈락한 허니지의 '오래된 친구'는 이승철 92점, 윤미래 90점, 윤건 90점으로 총 272점이었다. 두 팀의 점수 차이는 13점인데, 심사위원 점수 비율 30%를 계산하면 두 팀의 점수 차이는 미미해진다.
심사위원들이 자신들의 점수 비율이 30%란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실력에 따라 참가자간 점수의 차이를 더 크게 뒀어야 한다. 이승철은 음악가의 시선을 운운하며 대중의 시선에 안타까워했지만, 사실상 90점 기준으로 조금 높거나 혹은 조금 낮은 점수만 주게 되면 나중에 최종 점수로 가서 변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심사위원들 스스로 변별력을 떨어뜨린 꼴이다.
정준영에게 주어진 80점 대 중후반의 점수도 과연 합리적인지 모르겠다. 심사위원 윤건은 정준영의 점수를 주기 전 MC 김성주로부터 그동안 점수가 후한 것 같았다는 질문을 받자 "100점까지 있는데, 톱12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실력이 있으니까 기본은 90점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정준영에게 86점을 주긴 했지만, 윤건의 말은 스스로 심사위원의 영향력을 포기하는 발언이었다.
심사위원은 매 라운드마다 0점부터 100점까지 자신만의 기준에 근거해 참가자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50점 이하의 점수도 과감하게 나와야 한다. 톱12 이후부터는 매 라운드가 서바이벌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무대와 이후 있을 무대까지 고려하는 종합 평가가 아니다.
해당 라운드에서 무대가 기대 이하였다면 당연히 낮은 점수를 눌러야 한다. 그래야만 심사위원들이 30%뿐인 비율로 최종 결과에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오랫동안 지켜본 참가자에게 낮은 점수를 주는 게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누군가를 감싸면 그보다 실력이 나은 다른 누군가가 대신 탈락해야만 한다. 그게 '슈퍼스타K'의 룰이다. 굳이 무대를 망친 참가자에게 온정을 베풀며 점수를 줄 필요는 없고, 잔인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역시 없다. '슈퍼스타K'는 애초부터 잔인하게 설계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4'의 정준영, 이승철, 허니지(위부터). 사진 = 엠넷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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