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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우리가 아는 '마술'은 어린 시절 골목에서 동전으로 손 장난을 치는 친구의 속임수나 명절 특집방송에서 마술사 아저씨의 모자 속 비둘기가 대부분이다. 처음엔 눈요기 거리였다가 점차 '어떻게 저렇게 했지'라며 눈이 빨개지는게 마술이다. 그렇게 마술은 신기하다가도 때로는 알고 싶은 호기심 천국이다.
매지션 이은결의 마술 공연 '디 일루션(The Illusion)'을 가는 기자의 발걸음도 그랬다. 속고 싶지 않았고 무엇을 보게 되든 '알고 속자'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이은결의 공연은 전혀 달랐다. 그곳에는 속임수가 아닌 이야기가 있었고, 사기가 아닌 희망이 자리했다. 이은결은 '현상'이 아닌 '환상'의 세계로 관객들을 데려갔다.
이은결의 '디 일루션'은 크게 2부로 나뉜다. 1부는 16년차 매지션 이은결의 모든 기술과 속임수를 집대성한 쇼로 구성됐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종류의 마술쇼였다. 세계 톱클래스 수준의 화려한 마술들이 전개됐다. 그간 볼 수 없었던 속임수와 마술의 환상적인 세계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상자에 들어간 미녀가 순식간에 관객석에 나타났을 때는 여기저기서 놀라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 순간 이동 같았다.
또 사람들에게 이미 사라져버린 마술의 환상을 안타까워했다. 원하고 희망하는 것이 현실이 될 수 없는 사람들, 그것을 꿈조차 꿀 수 없는 현실을 사는 관객들에게 진정한 마술을 증명해 보였다. 마침내 그는 관객들을 설득하는 것에 성공했다. 사람들은 그의 손동작에 숨겨진 속임수나 기술적 장치가 아닌,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환상에 눈을 뜨게 됐고, 환상을 보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해했다.
특히 이은결과 8년이 넘는 시간동안 호흡을 맞춘 앵무새 '가지(싸가지)'는 1부와 2부를 연결시키는 고리였고, 또 가장 '핫'한 캐릭터였다. 이은결이 그린 그림에서 실제가 되어 나타난 '가지'는 관객석에 날아들기도 하고, 똥을 싸기도 하는 등 마술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불확실성을 극대화시키며 극적 묘미를 줬다.
마지막 무대로 선보인 이은결의 손마술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그는 어떤 특수장치도 없고, 속임수도 없이 두 손과 한 줄기 빛으로 관객들을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데려갔다. 코끼리와 토끼를 만났고, 입을 맞추는 원주민들을 봤다.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으로서 '환상'이 아닌 지금 내 눈 앞에 있고, 분명이 존재하는 '환상'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관객들의 마음 속 '환상'의 정의를 다시 새겼다.
공연이 끝난 뒤 이은결은 이렇게 말했다. "난 환상을 만들어 당신과 만나려 합니다. 그리고 가슴 벅차게 기대합니다. 당신이 다시 창조해 보여줄 또 다른 환상을"
['디 일루션'의 매지션 이은결. 사진 = (주)이은결 프로젝트, CJ E&M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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