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회심의 대타카드는 어떨까.
WBC 대표팀의 담금질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27~28일 공식 평가전 상대가 결정되면서 한층 긴장감이 더해졌다는 후문이다. 각국의 정보전도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고, 선수들은 점점 실전경기에 나서도 될 정도의 몸을 완성해나가고 있다. 류중일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머리도 바쁘게 돌아갈 시기다.
이젠 3월 2일 네덜란드와의 B조 예선 첫 경기부터 4일 호주전, 5일 대만전에 대한 구체적인 승리 로드맵이 나올 시기다. 선수들 파악도 어느 정도 끝났고, 상대 분석도 진행 중이다. 뜻하지 않은 돌발변수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틀에 짜인 승리방정식에선 예상치 못한 상대방의 한 수에 휩쓸릴 수도 있다. 단기전이라면 그 중요성은 더더욱 크다. 반대로 우리도 상대에 예상치 못한 한 수를 둬야 할 때가 찾아온다. 그 시기를 잘 간파하는 건 류 감독의 몫이다.
류 감독은 지난 2년간 삼성에서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잘 기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대회서도 류 감독 특유의 동물적 감각이 나올 수 있을까. 가장 골치 아픈 마운드 운영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신의 한 수가 필요할 때가 있다. 호주와 네덜란드전서 의외로 상대 투수 공략에 실패할 경우 고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대타다. 대타가 흐름을 바꿔줄 수 있다면 그만큼 승리 방정식에 안정감이 실린다.
류중일호의 대타 카드는 풍족하다. 1~2회 대회에 비해 더욱 탄탄하다는 말도 있다. 이번 대표팀 명단엔 국내 최고 1루수 3인방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이 사상 처음이자 사실상 마지막으로 함께 포함됐다. 류중일호는 애석하게도 이들을 모두 주전으로 활용할 수 없다. 이승엽이 한국타선의 여전한 정신적 지주이자 왼손 강타자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결국 이대호와 김태균 중 1명은 매 경기 대타로 대기할 전망이다. 두 사람은 주전보다 더 무서운 대타요원이다.
그 외에도 수준급 타자들이 대타로 대기할 전망이다. 오른손 대타로는 강정호, 전준우가 손꼽힌다. 강정호는 주전유격수를 꿰찰 수도 있으나 벤치에 대기할 경우 가장 믿을만한 오른손 대타로 변신하게 된다. 지난해 타율 0.314 25홈런 82타점을 때린 그의 펀치력과 클러치 능력은 이미 한국 정상급. 성인대표팀 데뷔전인 광저우 아시안게임서도 맹활약했던 기분 좋은 기억도 있다. 강정호가 대타로 기용될 경우 돌아선 수비에서 유격수 혹은 3루도 맡을 수 있어 수비부담도 적다.
왼손 대타로는 손아섭과 이진영이 손꼽힌다. 두 사람은 우익수를 두고 주전경쟁을 펼친다. 국제대회 경험에선 이진영이, 지난해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손아섭이 우위다. 주전에서 밀리는 선수는 자연스럽게 왼손대타 1호가 된다. 국제대회서 알려지지 않은 손아섭의 정교함이 의외로 상대 투수를 곤혹에 빠뜨릴 수 있다.
대표팀은 과거에도 수 차례 대타카드로 흐름을 반전시키곤 했다. 1회 WBC 미국과의 2라운드 경기서 대타 최희섭의 우월 3점포,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풀리그 경기서 2-2 동점에서 9회 일본 정상급 좌완 마무리 이와세에게 뽑아낸 김현수의 중전 적시타 등은 지금도 팬들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분 좋은 장면들이다.
이번 대회 타선은 역대 드림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타격이라는 게 믿을 게 못 된다. 언제든지 컨디션 좋고 낯선 투수의 호투에 흐름을 내주고 끌려다닐 수 있는 게 야구다. 이럴 때 구세주가 필요하다. 류중일호의 대타카드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그들의 한 방을 믿는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대타로 출전해 결정적 한방을 쳐낸 김현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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