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만 타이중 김진성 기자] 국제대회 징크스 생길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류중일 감독. 그는 선수, 코치, 심지어 감독으로서도 승승장구했다. 국내 최고의 유격수로 명성을 드높였고, 수비, 작전 코치만 10년간 역임하며 해당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가 됐다. 전문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2011년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고, 2012년까지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런 그가 아직 확실하게 넘지 못한 산이 국제대회다.
▲ 류중일의 승부욕, 실패를 몰랐다
류 감독의 승부욕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선수들과의 내기에서도 절대 쉽게 지지 않는다. 각종 잡기 능력이 빼어나다. 사회생활을 잘 하기 위해 골프를 잘 쳐야겠다고 생각한 류 감독은 때론 지인을 쫓아다니고, 때론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다. 그 결과 류 감독은 국내 야구인 중에서 골프 1인자로 꼽힌다. 야구를 배웠을 때도 승부욕이 있었다.
2012년 삼성은 극심한 우승 후유증을 겪었다. 아무리 강한 전력을 갖고 있더라도 7위를 달리던 팀이 1위까지 올라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류 감독은 보란 듯이 해냈다. 합리적인 선수운용과 무리하지 않는 레이스 운용전략까지. 한국시리즈서도 2승 후 2연패에 빠졌으나 뚝심과 믿음으로 끝내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 국제대회서도 믿음직한 사령탑이고 싶다
류 감독의 첫 시련은 지난해 아시아시리즈였다. 대만 라미고에 패배해 예선 탈락이 사실상 확정되자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한국을 대표해서 나왔는데 팬들을 실망시켜서 죄송합니다”라고 크게 외치고 곧바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던 모습이 기억에 선명하다. 류 감독은 야심차게 사상 첫 정규시즌-한국시리즈-아시아시리즈 트리플 크라운 2연패를 노렸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4개월이 흘렀다. 4개월 전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던 대만에 직접 들어가 WBC 우승을 선언했다. 그러나 선수선발 과정에서부터의 잡음과 연습경기 때부터 부진하던 경기력은 네덜란드와의 B조 예선 첫 경기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 류 감독은 선수들의 응집력과 결속력을 위해 강훈련을 선택했으나 아직 효능을 보지 못하고 있다.
류 감독이 국가대항전을 이끄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야구에선 과감한 작전 시도 및 뚝심이 돋보였으나 국제대회는 성격이 다르다. 아직 지도력이 검증되진 않았다. 물론 그가 단기전서 약한 면모를 드러낸 사령탑은 아니다. 국내 포스트시즌과 2011년 아시아시리즈 우승이 이를 증명한다. 다만, WBC같이 더 큰 규모의 대회서는 순간적인 임기응변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 위기의 류중일호, 그가 개시할 반격은
류 감독은 벼랑 끝에 섰다. 대표팀이 네덜란드에 패배하며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호주, 대만에 승리하더라도 자력 2라운드 진출이 쉽지 않다. 바닥을 친 경기력을 어떻게든 끌어올려 2연승을 하고 볼 일이다. 3일 단 하루간의 정비시간이 주어졌다. 국내 야구 팬들은 그가 마법을 부려주길 원한다.
만약 대표팀이 이번 대회서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할 경우 류 감독은 ‘국제대회 징크스’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뒤집어 쓸지도 모른다. 4개월 전 아시아시리즈 결승진출 실패에 이어 또 한번 국제대회서 좌절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본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수 많은 야구인은 류 감독을 “자존심이 무척 센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미 네덜란드전 패배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그가 독하게 반격에 나설 것으로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승승장구하던 류중일 감독에게 시련이 닥쳤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대만 타이중 곽경훈 기자 kphoto@mydaiil.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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