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자신의 은퇴 후 거취보다는 불투명한 한국농구의 미래를 걱정한 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국보 센터' 서장훈이 지난 21일 은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자신의 미래 계획이나 농구 선후배, 가족들에 대한 감사 표현 등 여러 이야기로 지난 27년 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한 서장훈은 진정 농구인이었다. 서장훈은 자신의 은퇴를 알리는 기자회견까지 농구 사랑과 농구계에 대한 걱정으로 채웠다.
기자회견 내내 농구로 인해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며 겸손해한 서장훈이었지만, 최근 수년간 계속돼온 농구인기 하락에 대해서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솔직한 견해를 밝혔다. 서장훈은 후배들에게 "본인들이 더 노력하고 분발해서 스스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길을 열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외부적인 요인을 먼저 지적하기보다 현역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해달라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서장훈은 "너무 어릴 때부터 언론을 접하게 되고, 말을 잘못해서 혼나기도 하면서 조언이나 이런 것들은 상당히 조심하게 됐다"면서도 "마지막이니까 굳이 얘기하자면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농구 환경이나 본인들의 위치를 제대로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서 기사를 보면서 자기 이름이 나온다고 해서 스타가 됐다고 착각하거나, 홈에서 자기를 좋아해주는 많지 않은 팬들 때문에 현실을 착각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진정한 스타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또 그렇게 되고 싶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요즘 표현으로 '돌직구'를 날린 것이다.
서장훈이 뜻한 것은 경기 내적인 측면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단순히 농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면에서 남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자질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스타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스타라는 말은 아무에게나 함부로 붙이는 것이 아니다. 나도 스타라고 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선수들이 이런 점을 유념하고 선수생활을 하기를 바란다"는 것이 서장훈의 설명이다.
그런 서장훈에게 스타의 정의에 대해 묻자 "대중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존경을 받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스타다"라고 말한 뒤 "지금 농구선수 중에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되는지 의문이다"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그리고 스타의 예로 박지성과 박찬호, 선동열, 차범근의 이름을 차례로 언급햇다.
그러면서 "난 국보는커녕 너무도 미미한 선수다. 국보라고 불리려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거나, 국위선양을 했어야 하는데 나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국보라는 말은 나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표현이고,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에 대해서 정말 감사하면서도 송구스럽다"며 자신이 국보로 불리는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KBL에도 따끔한 질책을 아끼지 않았다. 서장훈은 "세상에 컨텐츠가 너무 많아서 농구 하나로 경쟁하기 힘들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투자를 해서 홍보와 마케팅 모두 공격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의 인기에 기대온 면이 있는데, 공격적인 홍보와 마케팅이 이제는 필요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핵심을 정확히 짚은 지적이었다.
서장훈이 제시한 대안은 '문화'였다. 많은 이들이 국제 경쟁력을 농구 인기 회복의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서장훈의 입장은 달랐다. 서장훈은 "지금 상태라면 해외 어느 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해도 대중들이 알 길이 없다. 가족이 함께 가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훨씬 중요한 문제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서장훈의 조언은 현실적이면서도 농구계를 되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했다. 후배 선수들의 분발로부터 시작해서 리그와 구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날카로운 진단은 서장훈 자신이 말한 스타의 조건에도 모자람 없이 부합하는 것이었다.
당장 다음 시즌부터는 골밑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했던 서장훈이라는 센터를 볼 수 없다. 은퇴경기까지 치른 뒤에도 리그와 농구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서장훈의 모습은 코트 위에서의 모습만큼이나 빛났다. 코트 위에서나 밖에서나 서장훈은 국보 센터였다.
[서장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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