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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나를 사면 어때? 그 돈만큼 나를 사. 어때?"
3일 오후 MBC 새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인영 연출 김상호 최병길) 첫 방송은 강렬했다. 이날 방송에선 한태상(송승헌)과 서미도(신세경)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한태상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버림 받고, 가족을 잃은 상처를 지닌 깡패이자 사채업자다. 가난한 재수생 서미도는 아버지가 한태상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해 한태상 패거리에게 협박 당하자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한태상에게 자신이 대신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한태상은 울분이 섞인 서미도의 눈빛에서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찼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돈을 갚겠다던 서미도는 한태상을 찾아가 말했다. "그 돈만큼 나를 사." 한태상은 겁에 질려 떨면서도 오기로 맞서는 서미도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한태상은 서미도를 도왔다. 아버지의 빚도 이자를 없애줬고, 서미도에게는 대학 등록금을 줬다. 한태상은 "내가 네 나이 때 이런 도움을 받았다면 내 인생은 지금과 다를 거야"라고 말했다. 깊은 상처를 가진 한태상이 자신과 닮은 눈빛의 서미도에게 똑같은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한태상의 속마음이었다.
이날 첫 회에선 남녀주인공인 배우 송승헌, 신세경의 새로운 모습이 눈에 띄었다. 거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태상으로 분한 송승헌의 표정과 눈빛은 이전의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달랐다. 신세경 역시 당돌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서미도로 몰입해 있었다. 특히 한태상을 향해 "그 돈만큼 나를 사"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신세경의 연기력이 도드라졌으며, 첫 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장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앞으로 송승헌, 신세경이 보여줄 연기에 기대감을 주는 첫 회였다.
또 이재희(연우진), 백성주(채정안) 등의 인물들과의 관계를 놓고 보면 전체적으로 '남자가 사랑할 때'는 비극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다. 선과 악의 뚜렷한 대립이라기 보다는 모두 나름의 상처를 안고 있는 불쌍한 인물들의 피할 수 없는 비극을 다룬다. 드라마 '태양의 여자', '적도의 남자' 등에서 그랬듯 김인영 작가는 이번에도 비슷한 분위기를 선택했고, 김상호 PD는 첫 회부터 빠른 호흡으로 인물들의 무너지기 이전의 삶을 그려냈다.
첫 회의 강렬함, 묵직함, 빠른 호흡 등을 '남자가 사랑할 때'가 앞으로는 어떻게 이어갈지 드라마 성패의 중요한 포인트다.
[배우 신세경(위), 송승헌.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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