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냥 심심해서 했어요.”
3일 오후 대전구장. 일찌감치 그라운드에 나와 정적을 깨는 “탕, 탕”소리를 내며 구슬땀을 흘리는 사나이가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한화 김태균. 김태균은 오후 1시부터 특별타격훈련을 소화했다. 그는 4일 현재 4경기서 타율 0.375(16타수 6안타) 5타점을 기록 중이다. 나쁘지 않은 시즌 출발. 그러나 김태균은 웃으며 “시즌 초반엔 7할을 쳐야지. 한 개 치면 타율 팍팍 올라가는 데 만족 못 한다”라고 했다.
김태균은 시범경기서 대타로 출전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목에 통증이 있었기 때문. “여전히 100% 상태가 아니다. 타격할 때 목이 조금씩 아프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승부욕이 대단하다. 그는 한화가 달라질 수 있다면 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이 빠르지 않은 그가 그라운드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다. 슬라이딩을 하다 아웃되더라도 한발 더 뛰어 팀 분위기가 살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대단하다.
한화가 시즌 초반부터 고전 중이다. 모두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현실로 펼쳐지니 한화 팬들, 관계자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김응용 감독은 “언제 한번 이겨보노”라고 한숨을 내쉰다. 김 감독에게 야구 얘기 듣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 물론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팀들과 객관적인 실력, 경험에서 차이가 있다. 단기간에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김태균은 그런 한화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주장이다. 국내 정상급 타자 김태균은 대표팀, 일본야구 경험이 있다. 1군 경험이 일천한 선수가 즐비한, 어쩔 수 없이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한화에서 매우 소중한 존재다. 한화 젊은 타자들은 김태균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따라 한다. 주전이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타자들 모두 김태균이 일종의 롤모델이다. 김태균이 행동거지를 잘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태균은 “한화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약하다. 사실 야구라는 게 단체스포츠이지만, 개개인이 잘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요즘 덕아웃 분위기가 달라졌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쉽게 가라앉는 분위기가 아니다. 포기를 하지 않고 따라가는 힘이 생겼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한화 타선은 0.275로 팀 타율 4위를 유지 중이다. 팀 평균자책점 8.05의 마운드보단 훨씬 낫다. 김태균의 말대로 한화 타선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3일 대전 KIA전서는 임준섭의 호투에 눌려 1점을 뽑는 데 그쳤으나 9회 영봉패를 면하는 한상훈의 1타점 2루타가 나온 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의지가 살아있었다는 증거다.
또 한화는 2일까지 개막 3경기 연속 전국 4개 구장 중 가장 오래 경기를 치렀다. 기본적으로 불펜과 수비가 취약해 경기가 늘어진 게 맞다. 그런데 그 이면엔 타자들의 끈질김도 포함돼 있다는 게 김태균의 생각이다.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는 분위기가 생겼다. 김종모 타격코치님이 공격적인 타격을 강조한다. 선수들이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고비만 넘으면 되는데, 그 고비를 못 넘는다”라고 했다.
패배하는 팀이 그렇듯, 한화 역시 변죽만 울리다 재미를 한번도 보지 못하고 개막 4연패를 당했다. 김태균은 요즘 말과 행동으로 후배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주장이 된 뒤 후배들에게 잔소리가 더 심해졌다. 그에겐 젊어진 한화가 좀 더 잘 됐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이 앞장서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김태균의 특타에 후배들도 덩달아 타격 훈련량을 늘렸다. 김태균의 슬라이딩에 후배들도 덩달아 그라운드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아직 1승도 하지 못한 한화, 그렇게 조금씩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김태균.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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