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1승, 그 이상의 의미였다.
SK 와이번스가 뒤늦게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SK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선발 여건욱의 호투와 한동민, 이명기, 박승욱 등 신예타자들의 활약에 힘입어 4-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SK는 3연패 끝에 첫 승을 거뒀다.
시즌 초반 SK 선수단에는 낯선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올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순수 신인은 별로 없지만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하다가 올시즌부터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다. 타선에서는 한동민, 이명기, 박승욱, 마운드에는 여건욱, 문승원 등이 그들이다. 각기 선수 생활을 해온 과정은 다르지만 프로 무대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한 번쯤은 느껴본 선수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3일 경기 승리는 더욱 의미있었다. 다른팀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선수들이 팀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날 SK 선발은 우완 여건욱이었다. 2009년 프로에 입단했지만 그동안 1군 무대 출장은 데뷔 첫 해 불펜으로 2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였다. 이날이 생애 첫 선발이었다.
여건욱은 경기 초반 제구 난조를 보이며 1회 첫 세 타자를 모두 볼넷으로 내보내기도 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결국 6회까지 두산 강타선을 상대로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경기 후 이만수 감독은 "좋은 투수가 탄생한 날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건욱과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내내 선발 경쟁을 펼쳤던 문승원도 중간계투에서 자신의 입지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2일 두산전에서는 상대 강타선을 넘지 못했지만 LG와 개막 2연전에서는 안정된 투구를 보여줬다.
활약은 타선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타선에서도 핵심 선수들이 포진하는 1번과 4번에 SK는 이명기와 한동민을 배치했다. 이명기는 개막 이후 줄곧 1번 타자로 나서고 있으며 한동민은 3번에 이어 두산전부터는 4번을 맡고 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6년 SK에 입단한 이명기는 어느덧 프로 8년차가 됐다. 하지만 그동안은 SK의 두꺼운 선수층에 막혀 주로 2군에 머물렀다. 군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온 그는 올시즌부터 SK 외야 한 자리를 꿰찼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 부분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두산전에서는 이종욱을 홈에서 횡사시키기도 했다.
정교함이 강점인 타격에서도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개막 이후 4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렸으며 그 중 2경기가 멀티히트다. 16타수 6안타 타율 .375.
한동민은 지난해 입단한 신예지만 9라운드에 뽑힐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강점인 타격을 1군에서도 마음껏 선보이며 밝은 미래를 내비치고 있다.
4경기에서 타율은 .267에 불과하지만 4개 안타 중 2개가 2루타다. 타점도 3점이며 3일 경기에서는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때리기도 했다. 또한 박정권과 마찬가지로 1루수와 우익수를 동시에 소화 가능해 활용폭도 넓다. 이 밖에 고졸 2년차인 박승욱도 정근우라는 벽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이름을 조금씩 알리고 있다.
SK가 2007년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하더라도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축 선수들의 나이도 자연스레 많아졌다. 때문에 현재 신예들의 활약은 SK의 미래에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데뷔 첫 승을 거둔 여건욱(첫 번째 사진)과 1번 타자로 맹타를 휘두르는 이명기(두 번째 사진).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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