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72세 노 감독의 얼굴에 언제 웃음꽃이 필까.
한화 김응용 감독의 사령탑 컴백 첫승이 또 다시 미뤄졌다. 한화는 4일 대전 KIA전서 패배하면서 개막 5연패를 당했다. 통산 1476승으로 현역 감독 중 최다승 감독인 김 감독은 1477승을 또 다시 뒤로 미뤘다. 김 감독은 약한 팀 한화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의지 표현 속 지난 겨울 강훈련을 지휘했다. 그러나 승리가 따라와야 재미를 보는 법이다.
한화는 지난 겨울 그 어느 팀보다 많은 훈련을 소화했으나 류현진, 박찬호, 양훈 등이 빠진 전력은 지난해보다 더 약해져 있었다. 몇 개월 훈련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개막전부터 수비 불안, 사사구 남발과 불펜 불안 등이 겹쳐 4연패를 입었다. 급기야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한 동안 더그아웃에 나타나지 않으며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김 감독은 3일 경기를 앞두고도 “혈압이 15나 올랐다”라고 했다. 실제 김성한 수석코치 등 참모들에 따르면 김 감독의 혈압은 많이 올라갔다고 한다. 김 감독은 “경기 끝나면 혈압이 다 내려가. 그런데 경기 중에 혈압이 안 올라가야지”라고 아쉬워했다. “내가 삼성 사장하면서 스트레스 제일 많이 받았어. 그래도 야구인은 야구장에 있어야 돼”라면서도 막상 한화가 부진한 모습을 거듭하자 적지 않게 마음고생을 한 모양이다.
그런 김 감독이 이날 오후 4시 50분 경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냈다. 통상적으로 홈팀 덕아웃 취재가 마무리 되는 시각. 김 감독은 “아니, 아직도 안 가시고 계셨나?”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기자들이 원정팀 KIA 덕아웃을 취재하기 위해 한화 덕아웃을 떠났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김 감독은 기자들의 끈질긴 기다림에 결국 넘어갔다.
김 감독은 대뜸 “선수들에게 ‘웃으면서 야구하자’라고 했어”라고 털어놨다. “감독이든 선수든 너무 긴장을 하더라고. 그러면 자기 실력이 안 나와. 긴장을 너무 많이 해. 그럼 스윙이 제대로 안 돼. 투수들도 공 놓는 포인트가 달라져서 제구력이 흔들려”라고 했다. 이어 “승패 책임은 내가 질테니까 너희는 그저 웃으면서 야구해라. 에러 10개, 삼진 10개를 당해도 좋으니 즐겁게, 부담 갖지 말고 하면 돼”라는 말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조금씩 표정을 폈다. 곁에서 굳은 표정으로 김 감독의 말을 경청하던 김성한 수석코치에게도 “야, 김 수석. 너부터 좀 웃어라. 니가 안 웃으니까 애들이 안 웃잖아”라며 특유의 유머도 재가동했다. 한화 덕아웃은 이날 확실히 지난 4경기와는 달랐다. 선수들은 매사에 최선을 다했고, 활기가 넘쳤다. 덕아웃에서 하이파이브와 박수소리도 많이 들렸다. 확실히 분위기는 좋았다.
한화는 초반 선발 바티스타가 흔들리며 2점을 내줬지만, 타자들이 곧바로 동점을 만들어줬다. 그러나 끝내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개막 5연패에 빠졌다. 9회 9실점이 너무나도 뼈 아팠다. 72세 베테랑 노 감독은 선수들에겐 웃자고 했으나 정작 자신은 마음 놓고 웃을 수 없었다. 통산 1476승으로 한국에서 승리를 밥 먹듯 했던 김 감독에게 개막 첫승이자 한화 사령탑 데뷔 첫승은 한국시리즈 우승만큼 어려운 모양이다. “웃으며 야구하자”던 김 감독에게 언제 웃음꽃이 피어날까.
[김응용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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