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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미국 LA 윤욱재 기자] "박찬호 이후로 이런 일은 처음인 것 같아요"
LA 한인타운이 들썩였다. 이유는 하나였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것이다.
LA 한인타운에는 한글 간판이 도배를 이루고 있다. 굳이 영어를 구사하지 않아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한인타운의 규모는 대성장했다. 이들이 타지에서도 한국인의 긍지를 잃지 않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한때 LA의 한인 교민들을 하나로 묶었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코리안특급' 박찬호. 박찬호는 1994년 다저스에 전격 입단했고 2년 간의 와신상담 끝에 1996년 4월 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중간계투로 나서 4이닝 무실점을 거둬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승리투수가 됐다. 1997년부터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하면서 박찬호가 선발투수로 나올 때면 한인들은 일제히 다저스타디움으로 집결했다.
박찬호는 2000년 18승 10패 평균자책점 3.28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고 2001년을 마지막으로 끝내 LA를 떠났다. 공교롭게도 LA를 떠난 후 온갖 시련을 겪어야 했다. 절치부심 끝에 그는 2008년 다저스로 돌아왔고 중간계투로 변신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부활에 성공했다. 이후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양키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을 거친 그는 124승 98패 평균자책점 4.36을 남기고 메이저리거로서의 생활을 마무리했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승리투수가 된 박찬호는 류현진이 등장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한국인 '마지막' 승리투수이기도 했다.
2010년 10월 2일 플로리다 말린스전에서 구원투수로 나서 3이닝 동안 피안타 1개 없이 삼진 6개를 잡으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박찬호의 124번째 승리 이후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리는 일은 찾을 수 없었다.
박찬호가 거둔 마지막 승리의 뒤를 이을 선수는 결국 나타나지 않는 것이었을까. 2년 여 동안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승리 소식은 찾을 수 없었다.
반가운 소식이 들린 것은 지난 해 겨울이었다. 한국프로야구를 호령한 류현진이 해외진출 FA 자격을 얻고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다저스에 입단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메이저리그 입성. 결코 쉽지 않았다. 선발 경쟁 끝에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했고 동료의 부상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막 2선발'로 출발하는 중책을 맡았다.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류현진은 6⅓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맞고도 3실점, 아니 1자책점으로 호투했으나 그에겐 패전투수란 멍에가 씌어졌다. 4일 동안 휴식을 취하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8일 피츠버그전에 등판했고 1회초 앤드류 맥커친에게 좌월 투런포를 맞아 힘겹게 출발했지만 7회 1아웃까지 무실점으로 처리하며 6⅓이닝 3피안타 2실점을 남기고 마침내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승이었다. 마지막 유산으로 남는 듯 했던 박찬호의 124번째 승리에 마침내 연결고리가 생긴 것이다.
류현진의 등장은 한인타운을 다시 들썩이게 하는데 충분했다. 류현진이 등장하자마자 한인타운에서는 티켓 전쟁이 일었다. 한국에서도 류현진의 등판에 비상한 관심을 쏟았다. 마치 예전에 박찬호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류현진은 특유의 '능구렁이 피칭'으로 자신의 롱런을 예고했다.
류현진은 이제 막 메이저리그 첫 승을 거둔 선수다. 그러나 데뷔 2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한 선수도 그리 많지 않다. 메이저리그엔 데뷔 조차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류현진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지만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분명하다. 이전에 박찬호가 그랬듯 류현진도 이제 역사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마쳤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MLB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LA 다저스 vs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개막6차전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 미국 LA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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