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울고 웃는 3-2 드롭존이다.
38분 45초를 앞서다 1분 15초를 지키지 못해 1차전서 무너진 서울 SK. 이후 문경은 감독은 더 이상 3-2 드롭존을 지시하지 못했다. 이미 모비스는 3점슛을 7개나 림에 꽂은 상황. 유재학 감독은 “완벽하게 깨지 못했다”라고 했지만, 모비스는 SK가 자랑하는 변칙 지역방어의 공략에 성공했다. 사실 6차례 정규시즌 맞대결서 충분히 경험해보면서 적응이 됐다. 그럼에도 SK는 3-2 드롭존을 포기하지 못한다. 모비스 역시 3-2 드롭존이 여전히 부담스럽다.
▲ SK 3-2 드롭 존, 동부보다 완성도도 떨어지고 지향점도 다르다
3-2 드롭 존은 올 시즌 히트상품이 아니다. 이미 2011-2012시즌 정규리그를 삼켰던 원주 동부가 재미를 본 수비방법이다. SK도 똑 같은 3-2 드롭존이지만, 동부와는 추구하는 목표와 성격이 다르다. 동부는 3-2 드롭존 자체의 완성도가 높았다. 김주성, 혹은 윤호영이 꼭지점에서 가드에게 부담을 준 뒤 재빨리 골밑으로 내려가서 상대 센터 압박에 나섰다. 양 날개에 포진한 수비수들은 재빠른 움직임으로 상대 외곽슛 찬스를 봉쇄했다. 벤슨과 윤호영은 골밑 수비에 이어 코너 압박에도 능통했다.
문경은 감독은 “헤인즈, 김선형 외에는 발이 느려서 완성도가 떨어진다”라고 했다. 사실이다. 박상오, 김민수, 최부경은 신장은 190cm가 넘지만 상대적으로 발이 느려 촘촘한 대형을 24초 내내 유지하기가 힘들다. 또 헤인즈가 공격에 대한 무게감이 높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골밑 도움수비에 가담하지는 못한다.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드롭’이 아닌 셈이다. 박상오가 톱에 서면 속공 전환에 문제가 생긴다. 결국 SK 3-2 드롭존은 매우 불완전한 수비다.
유재학 감독이 “내가 선수로 뛰어도 10초 내에 깬다”라고 한 건 단순한 기싸움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걸 옳게 깨줄 패싱센스가 있는 가드가 KBL에 많지 않다는 것. KGC가 SK에 올 시즌 유독 강했던 건 국내 패싱센스 1인자 김태술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SK는 3-2 드롭존으로 수비 자체를 강화하기보다 빠른 공수전환을 노렸다. 리바운드만 잡아내면 앞선의 발 빠른 헤인즈, 김선형이 속공 마무리를 즐기는 방식. 이게 가장 위력적인 부분이다. 수비 그 자체보다 공격을 위한 전술이라고 보면 된다. 수비 그 자체에 목적을 둔 동부와는 지향점이 다르다.
▲ 여전히 포기 못하는 SK, 여전히 부담스러운 모비스
유 감독은 “드롭존은 동근이든 시래든 깬다. 지역방어를 깨는 건 농구의 기본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모비스가 전반전서 고전한 이유도 3-2 드롭존이었다. 라틀리프가 완벽하게 포위되면서 가운데에 옳게 볼을 넣어주지 못했다. 사실 3-2 드롭존을 깨려면 상대적으로 압박이 떨어지는 구역인 코너로 볼이 들어갔다가 빠르게 톱 혹은 45도 지점으로 볼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 가운데 볼 투입은 필수. 그러나 현실은 SK 최부경, 김민수가 4반칙, 3반칙이 걸린 뒤에서야 모비스가 골밑을 장악하면서 3-2 드롭존 자체도 깨졌다.
SK는 1차전서 7개의 3점포를 내줬다. 결과적으로 이 수비는 공략당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다. 맨투맨으로 갈 경우 더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 SK는 190cm이 넘는 포워드가 4명이나 있지만, 모비스도 함지훈, 라틀리프, 문태영이 있어 골밑에서 쉽게 밀리지 않는다. 물론 박상오가 김시래와 매치 돼 미스매치를 유발할 수 있지만, SK도 공격을 원활하게 하거나 양동근을 막기 위해 주희정, 변기훈 등이 출전해야 할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맨투맨 이점은 거의 상쇄된다. 3-2 드롭존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모비스 역시 고민스럽다. 3-2 드롭존을 깼지만, 완벽하진 못했기 때문. 미스매치가 되기 때문에 양동근-김시래를 동시에 오래 기용하기가 어렵다. 당연히 패스 흐름이 둔해진다. 김시래 대신 박종천, 천대현 등 슈터를 넣으면 되지만 역시 수비력이 좋지 않다는 게 유 감독의 판단. 공략법을 알고도 고전하는 원인. 1차전 결과로 3-2 드롭존 공략에 확실한 자신감을 얻은 건 분명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SK 포워드들의 파울관리만 제대로 된다면, 여전히 모비스 입장에서도 3-2 드롭존 공략은 난제다.
3-2 드롭존. 사실 헤인즈와 박상오가 완벽하게 드롭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변형 3-2 지역방어다. 이 수비는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키워드가 됐다. 모비스는 깰 줄 알면서도 부담스럽고, SK는 깨졌다는 걸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다.
[SK-모비스 경기장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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