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심창민, 신용운이 많이 좋아졌죠.”
삼성의 8연승 과정 속에서 눈에 띄는 점 한 가지. 경기를 거듭할수록 불펜이 안정감을 찾고 있다.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올 시즌에 들어가기 전 삼성의 아킬레스건이 다름아닌 불펜. 권오준, 정현욱의 이탈과 안지만의 팔꿈치 수술로 인한 후유증 가능성까지. 불펜 왕국이 여차하면 와르르 무너질 수 있었다. 현대야구에서 불펜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는 리그 전체의 순위다툼에도 영향을 줄만한 중대변수였다.
삼성 불펜이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올 시즌을 계기로 새로운 필승 계투조가 탄생할 조짐이다. 불완전함에서 벗어나 점차 완전체로 진화 중이다. 오승환-정현욱-권오준-권혁-안지만이 이끌었던 지난 4~5년이 제1의 전성기였다면 이젠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태세다. 걱정거리가 오히려 장점으로 바뀌었다. 전력의 방점이 찍혔다. 팀 순위도 물음표를 떨쳐내고 선두로 올라섰다.
▲ 새로운 필승계투조, 완전체로 진화하는 중
경기를 치르면서 새로운 필승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삼성 필승계투조의 핵심은 심창민이다. 1번 셋업맨. 지난해 안지만 역할을 해내고 있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마무리 오승환에게 바통을 이어주는 역할. 권혁과 백정현은 좌완 원포인트다. 역시 경기 후반 상대 핵심 좌타자들을 상대하는 역할이다.
그에 앞서 신용운과 차우찬이 5~7회에 나선다. 경기흐름을 잡아주는 롱릴리프 혹은 짧게 끊어가는 셋업맨 역할. 류중일 감독은 1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심창민이 나가기엔 이른 상황에서 나간다고 보면 된다. 6~7회를 책임질 수도 있고, 선발이 일찍 무너져도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른바 전천후 대기조. 이밖에 이우선은 추격조다. 안지만이 1군에 돌아올 경우 어떤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 삼성 제2의 필승계투조 완전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 제2의 임창용으로 뜨는 심창민
심창민의 성장이 대단하다. 류중일 감독은 “요즘 심창민이 던지는 걸 지켜보면 임창용 생각이 난다. 구속이 늘어났다. 150km를 뿌린다. 옛날 임창용처럼 볼이 다 양 옆으로 다 휜다. 삼성의 미래다. 그만한 불펜투수가 없다. 부상만 조심하면 임창용에 버금가는 사이드암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극찬했다.
심창민은 실제 올 시즌 지난해보다 훨씬 더 믿음직한 카드로 성장했다. 이제 상대 타자들이 심창민을 쉽게 보지 않는다. 일단 등판하면 박빙 승부라도 도망가지 않고 이겨낸다. 기술적, 정신적으로 성장했다.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9홀드 평균자책점 2.60. 넥센 한현희와 함께 홀드 부문 공동 1위다. 최근 8연승 기간에도 어김없이 삼성의 승리를 지켜냈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실점. 류 감독은 “안지만이 돌아와도 심창민과 1번 셋업맨 경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 부활 드라마 신용운, 아픈 손가락 차우찬-권혁
가슴 찡한 드라마도 있다. 신용운의 재발견이다. 신용운은 2011년 가을 2차드래프트로 삼성에 입단했다. 최근 2~3년간 수술과 재활에만 시간을 보낸 잊힌 투수다. 그러나 과거 KIA에서 마무리로 뛰었을 정도로 실력이 있는 투수다. 류 감독은 지난해 신용운에게 용인 STC(트레이닝센터)에서 재활에만 집중하게 했다. 1년을 버리는 셈 치더라도 미래를 위한 히든 카드로 준비시킨 것이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 신용운은 올 시즌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얻고 있다. 처음엔 승패와 무관한 상황에 등판했으나 점점 중요한 시점에 나온다. 14일과 15일 잠실 두산전서는 연이어 앞선 상황에 등판했다. 1⅓이닝을 깔끔하게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이틀 연속 홀드를 수확했다. 12일 포항 KIA전서는 단 1타자를 상대하고도 타선이 경기 후반 역전을 해주는 통에 감격의 구원승을 챙겼다.
류 감독은 “신용운이 많이 좋아졌다. 원래 KIA에서 150km를 던지던 투수였다. 2차 드래프트를 할 때 길게 보고 영입했다. 재활만 잘 하면 잘 써먹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권오준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금은 70% 정도 필승조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결국 삼성 불펜은 심창민의 성장과 신용운의 부활로 정현욱, 권오준 공백을 지워냈다.
류 감독은 여전히 불만이다. “권혁이 컨디션이 좋지 않다. 차우찬도 좀 더 잘해줘야 한다. 3이닝 이상 맡기면 불안하다. 딱 2이닝 정도만 맡길 수 있는 상태”라고 했다. 두 사람은 류 감독의 아픈 손가락. 이들의 구위만 살아나면 삼성 불펜은 완벽한 제2의 전성기를 열 수 있다. 나아가 단기적으론 안지만의 합류, 장기적으론 내년 권오준의 컴백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삼성 불펜이 최악의 상황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간다. 완전체로 진화하는 중이다.
[심창민(위), 신용운(가운데), 차우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삼성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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