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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KBS 2TV '개그콘서트-현대레알사전'이 성우 비하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MBC 소속 성우 정재헌씨가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재헌씨는 4일 오후 '개그콘서트' 공식홈페이지 시청소감 게시판에 "나는 MBC 성우로 12년째 행복하게 연기하며 살고 있는 정재헌이다. '현대레알사전' 코너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라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정씨는 "성우들은 한 편의 외화,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녹음하기 위해 수없는 반복을 통해 캐릭터의 표정, 연기를 분석하고 입 길이까지 정확히 맞출 수 있도록 대본을 연구한다. 물론 실수로 미묘하게 입 길이가 차이 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녹음 중 몇 번이고 반복해 그 부분을 맞추기 위해 다시 연기하곤 한다"고 우선 성우들의 녹음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정씨는 "'극장판' 영화의 더빙을 할 때 대다수의 연예인은 성우 일을 본업 외의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며 아무런 준비 없이 적당히 녹음하다가 가곤 한다. 그리고 우리 성우들의 수십 배에 달하는 더빙 녹음료를 챙겨간다. 하지만 성우들은 0.5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완벽한 입 길이까지 맞추기 위해 수도 없이 같은 장면을 연기한다. 아마 녹음 현장을 보면 이번 같은 개그는 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며 '개그콘서트' 방송분을 접한 후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 정씨는 "개그를 다큐로 받아치는 게 아니다. '개그콘서트'에서 종종 보여주던 날카로운 풍자와 개그를 무척이나 사랑한다"라며 "하지만 '현대레알사전'에서 보여준 개그는 사실 왜곡에 불과하다. 비하 의도가 없었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그걸 사실로 오해하게 만들었다면 비하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씨는 "박영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코너를 쓴 작가, 최종 컨펌한 PD가 있을 테지만 그 분들이 모두 전면에 나서기는 힘들 테니 박영진이 대표로 사과해주길 바란다"며 논란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2일 방송된 '현대레알사전'에서 개그맨 박영진은 "TV에서 하는 외국 영화란"라는 출연자의 질문에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답하며 영화 속 배우의 입과 대사가 다른 속도로 나오는 모습을 코믹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방송 후 '개그콘서트'가 성우라는 직업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코너는 논란에 휩싸였다.
[외화 더빙과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개그맨 박영진. 사진 = KBS 2TV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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