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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홈팬들 앞에서 고졸 신인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타니를 위한 올스타전이었다.
오타니 쇼헤이(니혼햄 파이터스)는 19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올스타전 1차전에 출전, 투수로 던진 뒤 야수로 전업해 타격도 수행했다. 1이닝 무실점, 2타수 무안타.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평범했지만 경기내용만큼은 가장 돋보였다.
▲ '투타겸업' 오타니, 데뷔 첫 해 팬 투표로 올스타전 출전
우투좌타인 오타니는 데뷔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흔히 아마추어 때 투타에 모두 재능이 있더라도 프로에 들어오면 한 쪽만을 택하지만 오타니는 겸업을 선언했기 때문. 미국 진출을 포기하고 일본에 머문 가운데 파격을 선택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타격에서는 37경기에 나서 타율 .305(95타수 29안타) 2홈런 12타점 10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2개의 홈런은 2경기 연속 홈런이었다. 이는 고졸 신인으로는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 이후 20년 만이다. 여기에 득점권 타율도 .417로 높았다.
투수로서는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다.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5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했다. 160km에 가까운 빠른 공을 갖고 있지만 아직 완벽히 다듬어 지지는 않았다.
오타니는 올스타 팬 투표에서 28만 4737표를 얻어 이토이 요시오(오릭스 버팔로스), 나카타 쇼(니혼햄 파이터스)에 이어 퍼시픽리그 외야수 부문 3위에 올랐다. 덕분에 프로 입단 첫 해 당당히 올스타전에 출장할 수 있게 됐다.
오타니는 전반기 막판 훈련 도중 상대팀 연습 배팅 타구에 얼굴을 맞아 출장이 불투명하기도 했지만 회복 속도가 빨라 별들의 잔치에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소속팀 사령탑이자 퍼시픽리그 감독인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오타니를 1차전에서 투수에 이어 타자로도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1차전은 오타니의 소속팀 홈구장인 삿포로돔에서 펼쳐졌다.
▲ 통산 2000안타 나카무라 상대 157km 던지며 삼진
시즌 때는 투수보다 타자로 더 빛났던 오타니지만 이날은 반대였다. 이날 오타니는 선발 외야수 대신 투수로 먼저 등장했다. 구리야마 감독의 공언대로 5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첫 상대는 상대 4번 타자이자 30개 홈런으로 일본 프로야구 전체 홈런 2위에 올라있는 토니 블랑코(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오타니는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초구 152km를 시작으로 151km, 155km의 공을 연속으로 던지며 2루수 앞 땅볼로 잡아냈다. 블랑코의 타이밍이 계속 늦을 정도로 오타니는 빠른 공을 연이어 뿌렸다.
다음이 하이라이트였다. 다음 타자인 1973년생인 나카무라 노부히로(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는 올해 일본 프로야구 통산 2000안타를 달성한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있으며 올해도 타율 .310 12홈런 41타점을 기록하며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오타니는 힘으로 나카무라를 완벽히 눌렀다. 초구에 155km를 던지더니 2구째는 157km를 스피드건에 찍었다. 이어 156km, 153km, 152km를 던졌다. 결국 나카무라는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후 오타니는 초노 히사요시(요미우리 자이언츠)에게 빗맞은 안타, 마루 요시히로(히로시마 도요카프)에게 우전안타를 맞으며 1, 2루에 몰렸지만 히로세 준(히로시마 도요카프)을 3루수 뜬공으로 잡고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13개 모두를 빠른 공으로 던졌으며 모두 150km를 넘겼다. 155km이상의 '광속구'는 절반에 가까운 6개였다.
일본 스포츠매체 데일리스포츠에 의하면 오타니는 이날 투구에 대해 "아주 즐거웠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후 오타니는 6회초 수비부터 좌익수로 옮겼다. 오타니는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스왈로즈)의 뜬공 타구를 처리한 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2루로 귀루하던 니시오카 츠요시(한신 타이거즈)를 횡사시킬 뻔했다. 팬들의 함성 소리가 더욱 커졌음은 물론이다.
다만 시즌 때 빛난 타격은 주춤했다. 6회말 2사 1루에서 베테랑 우완 미우라 다이스케(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만난 오타니는 볼카운트 1-2에서 슬로커브를 받아쳤지만 투수 앞 땅볼을 기록했다.
9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는 니시무라 겐타로(요미우리 자이언츠)의 151km짜리 속구를 받아쳐 좌익수 뜬공. 하지만 오타니가 야수로 들어선 6회 이후 퍼시픽리그 타선 전체가 2안타에 그쳤기에 아주 부진한 것도 아니었다.
▲ 1996년 이치로도 투타 겸업, 이벤트였던 당시와 달리 이번엔 '진짜'
올스타전에서 한 명의 선수가 투수와 야수를 한 경기에 소화한 것은 오타니가 처음은 아니다. 1996년 스즈키 이치로(당시 오릭스 블루웨이브)도 이를 경험했다.
'천재타자'인 이치로지만 150km에 가까운 공을 던질 수 있는 강견도 갖고 있기에 올스타전에서 투수로 나서게 됐다.
하지만 이번 오타니와 당시 이치로의 경우는 다르다. 이치로는 이벤트성으로 한 타자만 상대한 것이었다. 결과는 범타였지만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못마땅했던 상대팀 사령탑 노무라 가쓰야 감독이 투수인 다카쓰 신고를 타석에 내보내 아웃카운트를 잡은 의미가 상대적으로 퇴색됐다.
반면 이날 오타니는 '진짜'로 투수와 타자 모두 소화했다. 마운드에서는 상대 중심 타선을 상대해 1이닝을 막았으며 타석에서는 센트럴리그 정상급 투수를 상대로 마음껏 배트를 휘둘렀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보다 더욱 많은 주목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날 오타니가 보여준 모습은 '평범한 선수와는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프로에서 이룬 것은 이치로와 비교할 수 없지만 '올스타전 투타겸업'으로만 본다면 이날 오타니의 활약은 이벤트성으로 끝난 1996년 이치로의 그것보다 훨씬 인상 깊었다.
[프로 데뷔 첫 해 출전한 올스타전에서 투타 겸업을 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오타니 쇼헤이. 사진=니혼햄 파이터스 홈페이지 캡쳐]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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