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승부는 기동력에서 갈릴 수 있다.
후반기가 시작됐다. 예상대로 치열한 접전이다. 순위다툼 희비를 가르는 포인트 중 한 가지. 기동력이다. 기동력을 평가하는 데 지표가 되는 항목 중 한가지. 도루다. 25일 현재 경기당 도루 개수는 2.17개다. 지난해 1.92개보다 늘어난 수치. 심지어 역대 도루가 가장 많았던 2010년의 경기당 2.09개보다도 많다. 올 시즌 9개구단이 확실히 예전보다 활발하게 뛴다.
예전보다 도루를 하기 어려운 환경인 건 분명하다. 이젠 외국인투수들도 입단 후 슬라이드 스텝을 작게 하는 방법, 키킹 동작을 줄이는 방법을 배워 기민한 주자 견제에 앞장선다. 포수들은 미트에서 공을 빼서 2루에 던지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훈련을 거듭한다. 주자들도 매년 배터리들을 연구한다. 또한, 국내 포수 자원의 세대교체가 더디면서 노장 포수들의 도루저지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젊은 포수들은 경험이 부족해 발 빠른 주자를 제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 KIA-두산 후반기 대반격 출발점은 기동력?
KIA와 두산은 올 시즌 삼성의 대항마로 꼽혔다. 그들은 전반기에 안정된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두 팀 모두 마운드의 안정감이 떨어졌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수 자원 자체가 좋다. 두산이 4위, KIA가 5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치열한 4강 다툼 틈바구니 속에서 완전히 밀려나지 않았다. 4위 두산은 넥센에 2연패를 당하면서 후반기를 시작했으나 여전히 3위 넥센과 3경기로 추격 가능성이 있다. 5위 KIA도 4위 두산에 0.5경기 뒤져있다.
두산과 KIA가 믿을 구석이 바로 기동력이다. 두산은 전통의 기동력 강호답게 올 시즌 114개의 도루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성공률도 74%로 3위다. 예전보다 야수들의 활발한 주루가 많이 줄어든 건 맞지만, 여전히 두산의 발 야구는 죽지 않았다. KIA도 선동열 감독 부임 후 확실히 도루가 늘어났다. 지난해 132개로 2003년(146개) 이후 팀 최다 도루를 기록한 KIA는 올 시즌에도 100개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성공률은 75.8%로 당당히 리그 선두다.
KIA 기동력의 위력은 24일 잠실 LG전서 여실히 드러났다. 김선빈-이용규-김주찬-신종길로 이어지는 9~3번 타순. 기동력 테이블세터였다. KIA는 도루 6개를 기록하며 LG 배터리를 뒤흔들었다. 아직 포수 경험이 적은 윤요섭을 마음껏 뒤흔들었다. 컨트롤이 좋지 않았던 선발투수 류제국을 더욱 흔든 것도 도루였다. 신종길이 2도루, 김선빈, 이용규, 김주찬이 나란히 1도루를 기록했다. 선동열 감독의 타순 배치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게임이었다. KIA가 4강 다툼에서 이기려면 기동력이 살아야 한다는 게 입증됐다. 두산 역시 마찬가지. 도루를 많이 해서 득점력을 높여야 한다. 그래서 마운드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 도루 효율성 높은 삼성, 여전히 기동력 군단
삼성은 현재 고작 68도루에 불과하다. 넥센과 함께 공동 7위다. 삼성은 2009년 야수진 세대교체 시기에 맞춰 기동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2010년과 2011년 158도루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28도루를 시작으로 도루 개수가 줄어들고 있다. 올 시즌은 지난해보다 더 적은 추세다. 그러나 삼성 도루를 여전히 무시해선 안 된다. 성공률이 무려 72.3%다. KIA, NC, 두산의 성공률에 크게 뒤지지 않는 4위다. 도루가 필요할 때만 딱딱 성공한 결과다.
삼성엔 여전히 뛸 수 있는 주자가 많다. 그들은 신중하게 움직인다. 시도가 94회로 적지만, 효율적이다. 지난해 발이 빠른 모 수도권 구단 야수에게 물어보니 “도루에 성공하는 것보다 리드 폭을 넓게 가져가면서 도루를 시도하는 척하다가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배터리를 더 신경 쓰이게 한다”라고 했다.
투수 입장에선 주자가 차라리 깔끔하게 도루를 해버리면 타자에게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발 빠른 주자가 도루를 하는 척 하다 계속 하지 않고 1루와 2루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면 더 정신 시끄럽다. 투수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럴 경우 타자가 안타를 치면 주자는 3루까지 갈 수도 있다. 도루를 해서 2루까지 가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것이다. 삼성엔 이런 주자들이 많다. 도루 개수는 적더라도 주루 플레이를 잘 하는 주자가 많아 득점력이 높다. 여전히 삼성 기동력이 죽지 않은 이유다.
▲ 도루 효율성 떨어지는 팀들을 어찌할꼬
91도루로 리그에서 세번째로 많은 도루를 기록한 롯데. 성공률은 69.5%다. 리그 5위. 쉽게 말해서 131번 시도해서 91번 성공한 롯데 도루가 94번 시도해서 68번 성공한 삼성 도루보다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롯데가 4강 다툼에서 승산을 높이려면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2위 LG도 의외로 도루 효율성은 떨어진다. 시도는 135회로 두산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성공 개수는 83개에 불과하다. 성공률은 61.5%. 넥센 역시 성공 개수가 68개로 적은 편이고 성공률도 61.3%로 낮다. 물론 LG와 넥센은 상대적으로 기동력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타선 연결능력과 결정력이 뛰어나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기동력까지 강화할 경우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도 있다.
두산과 함께 전통적인 도루 군단 SK는 125차례 시도해 83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성공률은 66.4%. 평범하다. SK 고유의 빠른 컬러가 예전에 비해 상쇄됐다. 신생팀 NC는 톱타자 김종호의 발굴 등으로 기동력이 좋은 팀컬러다. 기동력 좋은 타자를 선호하는 김경문 감독의 성향도 반영된 것. 84도루로 성공 개수는 평범하다. 하지만, 성공률이 75%로 당당히 리그 2위다. 반면 최하위 한화는 83차례 도루를 시도해 50차례 성공에 그쳤다. 성공률은 60.2%. 시도 자체가 리그에서 가장 적고, 성공률도 가장 낮다. 한화 야구가 강해지려면 기동력을 높여야 한다.
[도루 장면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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