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데이비스만 막으면 된다?
결국 벼랑 끝 승부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 11일 대만과 아시아선수권대회 3-4위전을 갖는다. 한국은 대만을 반드시 이겨야 내년 8월 스페인 남자농구월드컵에 출전한다. 1998년 이후 16년만의 세계대회 복귀. 마지막 1경기에 달렸다. 준결승전서 승리했다면 월드컵 티켓을 획득한 채 부담 없이 결승전을 치를 수 있었으나 필리핀은 역시 강한 상대였다.
이날 맞붙는 대만은 윌리엄존스컵서 한 차례 붙어본 팀이다. 당시 한국은 대표팀 1진으로 구성된 대만A에 60-73으로 패배했다. 귀화선수 퀸시 데이비스(206cm)에게 무려 26점 17리바운드를 내줬다. 골밑을 초토화당했다. 데이비스는 이번 대회서도 맹활약 중이다. 8강전서 중국 격파의 선봉에 나섰다. 아시아권에서 중위권이었던 대만이 이번 대회 3-4위전까지 올라온 건 데이비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 데이비스, 이번엔 막을 수 있을까
한국이 이날 대만을 꺾기 위해선 데이비스를 무조건 봉쇄해야 한다. 한국은 윌리엄존스컵 이후 장신 귀화선수 수비 연습에 긴 시간을 할애했다. 오버가딩(공격자 앞에서 미리 수비를 하는 것)부터 기습적인 더블팀과 리커버, 가드진의 압박 등 다양한 전술을 가다듬었다. 지금까진 기대 이상이었다. 한국이 여기까지 올라온 건 유재학 감독의 다양한 수비 전술을 잘 소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필리핀과의 준결승전서 무려 86실점을 했다. 이번 대회 최다 실점. 전반전은 36점으로 잘 막았으나 후반 들어 수비조직력이 무너졌다. 마커스 다우잇을 단 2점으로 묶었으나 가드들에게 의외로 점수를 많이 내줬다. 경기 막판엔 돌파에 이은 골밑 A패스 하나에 실점하는 장면이 수 차례 나왔다. 조직적인 골밑 수비가 실종됐다. 데이비스는 기본적인 1대1 능력에 탁월한 위치선정능력을 갖췄다. 필리핀전서 보여준 수비라면 데이비스 봉쇄를 장담할 수 없다.
▲ 데이비스만 막는다고 될 일 아니다
문제는 데이비스만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 한국이 필리핀에 카운터 펀치를 얻어맞은 건 가드들의 3점포였다. 다소 불안정한 자세에서 던진 3점슛이 연이어 림을 갈랐지만, 그만큼 한국 가드진의 압박이 다소 약했다. 어차피 40분 내내 같은 집중력과 압박 강도를 유지할 순 없다. 그러나 승부가 갈리는 4쿼터서는 좀 더 집중을 하는 수밖에 없다.
대만은 말총머리로 잘 알려진 쩐원딩(202cm)도 경계대상이다. 데이비스와 함께 대만의 공격을 책임지는 선수다. 또한, 유 감독은 “대만은 스크린, 팝-아웃 공격을 즐긴다”라고 했는데, 수비수를 스크린으로 막아선 뒤 외곽으로 나와서 슛을 많이 시도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국이 보여줬던 완벽한 외곽 수비로테이션을 재현해야 한다.
존스컵 당시 대만은 홈팀이었다. 한국은 당시 대만 홈 어드벤티지에 흐름을 내줘 완패했다. 그러나 이날 맞붙는 대만은 홈팀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급격하게 흐름을 내주지 않는다면 한국이 끌려다닐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데이비스를 막지 못할 경우 외곽까지 함께 내줄 수 있다는 건 여전한 불안 요소다.
한국은 내년 월드컵 참가를 위해 지난 3개월간 구슬땀을 흘렸다. 어차피 세계대회에 나가면 한국의 전력은 최하위권이다. 그러나 한국농구는 지난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1998년 그리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지난 15년간 세계 속에서 그 한계를 체험해보지도 못했기에 우물 안 개구리 신세였다. 한국은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어떻게든 대만을 이겨서 내년 월드컵 티켓을 따내야 한다. 세계농구의 흐름을 느껴보고 체험해야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이날 대만전은 벼랑 끝 마지막 승부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