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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내가 왜 케이블 드라마에 나가야 해?”
배우 A씨가 모 케이블 방송 드라마 시놉시스(이하 시놉)을 들고 온 소속사 대표 B씨에게 한 일침(?)이다.
A씨의 일갈에 B씨는 결국 제작진에게 “죄송합니다”고 말해야 했다. 시놉과 역할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던 B씨는 그저 쓴웃음만 지어야 했다.
시쳇말로 단칼에 ‘까인’ 제작진은 이후 자사 케이블 방송에 일체 A씨를 출연시키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배우들이 시놉을 받더라도 다른 스케줄로 출연을 고사하는 것과 비교해서 A씨가 케이블 방송 자체를 자신의 ‘격’과 맞지 않다고 발언했으며 그 격을 지켜주기 자사 방송에는 A씨를 일체 출연 시키지 않겠다는 이유다.
A씨는 이후 스크린에 여주인공으로 나섰지만 쓴 맛을 봤고, 이후 예능 몇 편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같은 이야기는 일부 배우들의 ‘케이블 경시’ 풍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응답하라 1997’, ‘막돼먹은 영애씨’, ‘나인’, ‘특수사건 전담반 TEN’ 같은 명품 드라마들이 속속 나오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는 케이블 드라마지만 일부 연예인, 그리고 소속사들은 아직도 2000년 초반 ‘선정성’만을 내세우던 케이블 드라마로 기억하고 있다.
2000년 중반 이후 케이블 시장이 급성장 하면서 지상파의 인기와 작품성을 넘는 작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 종합편성채널까지 대대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한국 드라마 시장은 지상파 일변도가 아닌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케이블 드라마 시장의 성장세로 인해 배우들의 대우 또한 격이 달라졌다. 일부 방송사의 작품은 이미 지상파가 제시하는 출연료를 상회하고 있으며, 일부 배우들은 지상파에서 받는 것보다 2배 많은 출연료를 받기도 하고 있다.
한 대형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이제는 지상파, 케이블의 개념이 없어진 지 오래다”며 “케이블의 경우 좋은 작품을 배우가 최대한의 노력으로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전 혹은 부분사전 제작 시스템이 자리잡은 케이블이라 지상파에서 흔히 벌어지는 쪽대본 사태도 벌어지지 않아 배우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케이블 드라마 제작진은 배우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태의연한 ‘케이블은 지상파보다 수준이 낫다’는게 배우들의 인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 가을 방송을 앞둔 한 케이블 드라마 제작 PD는 “기획 단계에서 많은 배우들에게 출연 제의를 했다. 하지만 소위 A급이라 불리는 배우들은 ‘스케줄’을 이유로 고사했다. 후에 그들이 다른 지상파 드라마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아직도 케이블 드라마는 배우의 인지도 면에서 화제가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좋은 작품을 보고 와 주는 배우들이 잘되는 경우를 보면 너무 고맙고 나 스스로가 대견스럽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물론 케이블 출연의 좋은 예도 많다. ‘특수사건전담반 TEN’을 통해서 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우 주상욱은 “처음에는 케이블 드라마라 출연을 망설였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작품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 보고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TEN’ 시즌 2에도 출연하면서 제작진과 의리를 이어갔다.
주상욱 외에도 ‘응답하라 1997’의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 가수 서인국을 비롯해 ‘나인’의 이진욱, ‘몬스타’의 배우 하연수 등이 케이블 드라마를 통해 제대로 주목받은 대표적 사례다.
케이블 TV의 파급력은 지상파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이미 또 다른 시장을 구축한지 오래다. ‘케이블 드라마가 뭐야?’라며 경시했던 일부 배우는 지금 드라마 뿐만 아니라 관련 채널 전체에서 출연을 못하고 있다. 순간의 선택, 혹은 거만함이 결국 자신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케이블 드라마로 주목 받은 배우들 주상욱(위), 하연수-정은지, 이진욱-서인국.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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