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국내에서 하는 걸로는 평가를 하면 안 된다.”
농구 팬들은 대학에서 오랜만에 슈퍼스타들이 한꺼번에 배출됐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냉정했다. 만수의 시선은 한 단계 위다. 차세대 한국농구 트윈타워 이종현과 김종규. 유 감독은 이번 프로아마최강전서 두 괴물센터에게 호되게 당했음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마치 원래 그 정도는 할 줄 알았다는 듯.
유 감독은 지금 이종현과 김종규에 대한 평가를 내놓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포커스를 이 대회에 맞춰선 안 된다고 했다. 유 감독은 “국내에서 하는 걸로는 평가를 하면 안 된다. 외국인선수도 없고 자신들보다 훨씬 작은 선수들을 상대로 받아먹기 득점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유 감독은 그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시기를 “KBL 진출” 이후로 못 박았다.
▲ 27점 21리바운드의 허와 실
이종현은 21일 모비스와의 준결승전서 풀타임을 뛰면서 27점 2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KBL 최상위급 빅맨 함지훈을 압도했다.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한 골이었다. 위치선정능력과 마무리 능력이 확실했다. 수비에선 함지훈이 슛을 던지는 타이밍에 절묘하게 점프해 슛 성공률을 떨어뜨렸다. 이제 대학교 1학년인 이종현이지만, 대다수 농구인은 당장 KBL서도 서장훈, 김주성 이상 가는 특급 빅맨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유 감독은 “종현이가 골밑 포스트업이나 1대1을 통해 득점한 게 없었다”라고 했다. 이날 이종현 득점 방식의 대부분은 골밑에 자리를 잡은 뒤 박재현, 이동엽에게 공을 받아서 골밑 슛을 성공하거나 속공 가담에 이은 마무리였다. 특히 전자는 유 감독이 “의미 없다”라고 판단하는 득점. 이날 이종현의 매치업 상대자는 함지훈. 함지훈은 키가 198cm로 이종현보다 8cm나 작다. 외국인선수가 빠진 모비스에서 최장신자가 함지훈이었다. 이종현은 함지훈을 상대로 손쉽게 점수를 만들었다.
유 감독은 이종현이나 김종규가 근본적으로 국제용 센터로 거듭나길 바란다. 국내에서 자신보다 작은 선수들을 상대로 골밑에서 자리를 잡아 손쉬운 득점에 안주하기보단 전 세계적인 빅맨들과 견줘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유 감독은 “종현이도 세계대회서 자기보다 큰 선수를 상대로 제대로 포스트업을 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의미에서 “국제대회를 나가서 어떻게 하는지 보고 판단을 해야 한다. KBL에선 외국인선수들과 함께 뛰어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 이종현-김종규, 여기서 안주해선 안 된다
실제 이종현은 코뼈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올 여름 세계청소년대회를 제외하곤 꾸준히 청소년 레벨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세계무대서 그렇게 압도적인 활약을 선보였던 건 아니다. 심지어 아시아 청소년대회선 왕저린(중국)에게 근소하게 밀렸다. 그리고 유럽과 미국에서 206cm의 신장을 지닌 선수 중 상당수가 3~4번 포지션을 자유자재로 소화한다. NBA만 봐도 이종현의 운동능력에 외곽슛을 펑펑 꽂을 줄 아는 포워드가 즐비하다. 유 감독은 자신보다 작은 국내 선수들을 상대로 27점 21리바운드를 기록했다고 해서 마냥 들떠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유재학 감독은 “종현이와 종규도 슛, 드리블, 패스 모두 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했다. 지금 이종현과 김종규는 골밑에선 경쟁력이 있지만, 중거리슛, 드리블, 패스 등에는 아무래도 취약하다. 그동안 두 사람은 팀내 최장신선수로만 살아왔으니 골밑 슛만 하면 됐다. 그러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선, 한국농구의 세계화를 위해선 가드, 포워드들이 구사하는 기술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유 감독의 생각이다.
▲ 농구계의 체계적 관리가 중요하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일단 이종현과 김종규는 엄연히 성인이다. 어느 정도 체격과 기량이 완성기에 들어갔다. 지금 단계서 급격하게 기술을 향상시키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대회 내내 이종현과 김종규를 지켜본 한 원로 농구인은 “이종현과 김종규가 키만 믿지 말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유 감독의 말에 동의한다”라면서도 “농구계가 체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종현과 김종규는 대학 시절 내내 각급 국제대회에 출전하느라 몸을 혹사했다. 이종현은 코뼈 부상만 아니었다면 세계청소년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동아시아선수권, 존스컵, 아시아선수권에 모두 출전할뻔했다. 거기에 고려대 소속으로 대학리그와 전국체전, 농구대잔치까지 줄줄이 참가해야 한다. 1학년때부터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김종규 역시 지난 4년 내내 이런 스케줄 속에서 살았다. 당장 경기에 필요한 몇 가지 잔 기술은 습득했지만, 유 감독이 지적한 근본적인 테크닉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종현은 “국가대표팀에 다른 스케줄이 계속 겹쳐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여유가 없었다”라고 했다. 이종현은 키에 비해 약한 웨이트가 약점이다. 이종현은 경복고 시절보다 지금 무려 10kg가 넘게 빠졌다고 한다. 코뼈 부상으로 그나마 2개월가량 쉬었는데도 몸이 이 정도다. 국내 팬들이 이종현과 김종규의 괴력을 즐기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향후 15년간 한국남자농구의 골밑을 지킬 대들보다. 지금 갖고 있는 기량의 틀을 깨야 하고, 주변에서도 두 사람을 대하는 틀을 깨야 한다. 단순히 국내대회서 이종현이 기록한 27점 21리바운드에 들떠선 안 되는 이유다.
[이종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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