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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경민 기자] 드렁큰 타이거(타이거JK, 본명 서정권)가 윤미래, 비지와 의기투합해 5년만에 새 앨범 ‘살자(The Cure)’로 돌아왔다.
지난 13일 발매된 이 앨범은 타이틀곡 ‘살자’를 비롯해 ‘뷰티풀 라이프’, ‘첫 눈이 오면 설레였던 꼬마아이’ 등 수록곡들까지 공개 3일째인 현재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 최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 ‘살자’는 일부 사이트에선 1위도 찍었다. 가장 절친한 동료 뮤지션이자 아내인 윤미래가 솔로로 부른 SBS ‘주군의 태양’ OST곡인 ‘터치 러브’와 나란히 상위 경쟁을 치르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윤미래, 비지와 함께 만난 드렁큰 타이거는 이번 앨범에 대해 현재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든 희망과 치유의 노래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은 20여년간 힙합에 몸 담아온 그의 기존 색깔과도, 점점 화려하고 현란해지는 작금의 힙합 뮤직 트렌드와도 좀 떨어져 있다. 어쿠스틱한 기타선율과 젬베 등의 악기를 통한 따뜻하고 깊이 있는 음악들로 채워졌다. 여기에 윤미래의 보컬과 랩, 비지의 래핑이 더해지면서 더욱 소리의 탄탄함과 풍성함을 더했다,
드렁큰 타이거는 15년여간 함께했던 정글 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해 최근 윤미래, 비지, 매니저 셋을 데리고 새 힙합 레이블 ‘필굿뮤직(Feel Ghood Music)’을 차렸다. 경기도 의정부의 작은 작업실에서 시작을 알렸지만 하고 싶은 음악,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 하에 그리고 가족과 가족과 같은 사람들을 위한, 그에게는 인생의 새로운 도전이다.
하지만 그러던 중 아버지에게 암이 발견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가 내려졌고, 아버지는 그에게 태산같은 존재였기에 당시의 절망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됐을 때 떠오른 것이 바로 부친을 위한 노래였다.
“음악하는 사람의 뻔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게 음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얼마전 제가 살고 있는 의정부로 모셨고, 이번 앨범을 구상하며 함께 디자인도 상의하고 앨범 소개글도 부탁드렸다. 타이틀 ‘살자’ 글씨도 아버지가 직접 쓰신 것이다. 그렇게 함께 하다보니 아버지도 더 힘을 내시고 혈색도 돌고 식사도 더 잘하시고 어느샌가 웃고 계시더라. 그 모습에 더 망설임 없이 이번 앨범을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드렁큰 타이거가 음악으로 부친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긍정의 마인드였고 바로 희망이었다. 이에 원래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사전 홍보도, 준비도 없이 급하게 유통사를 찾아가 부리나케 출시한 앨범이 이번 ‘살자’다. 드렁큰 타이거는 지드래곤, 곧 나올 버스커버스커, ‘무한도전’ 음원까지 다 계산할 수도 없이 나오다보니 이렇게 험한(?) 상황인 줄은 미처 몰랐다며 너털 웃음을 보였다.
“이번 앨범은 아주 밋밋하고 재미없을 수도 있다. 자극적이고 좀 더 튀어야 되는데 아주 편안해서 지루할 수도 있다. ‘살자’나 ‘인생은 아름다울 수 있다’라는 등의 주제들이 어찌보면 요즘 시대에는 뻔하고 진부한 소재일지 모른다. 그리고 가장 멋을 안 부리려고 노력했고 현란한 테크닉은 배제했다. 아버지 혹은 저와 비슷한 경험들을 겪은 사람들에게 힘이 됐으면 했고 기적을 믿는다는 진짜 그 마음만을 담았다.”
하지만 그는 치유라는 거창한 표현을 썼지만 아버지의 쾌유만을 생각한, 사실은 굉장히 이기적인 앨범이라고 했다. 또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긍정의 메시지로 채워 웃고만 싶은 심정이었단다.
비싼 항암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며느리인 윤미래도 이에 앞서 부랴부랴 OST를 출시했다. 약 7년만에 낸 OST ‘터치 러브’가 바로 그것이다. 윤미래 또한 시아버지와 사이가 각별하고 친딸처럼 살갑게 지내고 있다.
시아버지에 대해 묻자, 윤미래는 “너무나 멋있으신 분이다. 외모도 멋지시고 호호, 생각하시는 바도 그렇고 모든 면이 다 멋있으시다. 그리고 살면서 만난 분들 중 가장 똑똑하시다”면서 “저는 솔직히 아직도 아버님의 병환을 100%는 못 느끼고 있다. 믿기지도 않고 꿈일 거다,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다”고 각별하고도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드렁큰 타이거의 부친 서병후씨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원로 음악 평론가로 국내 1호 팝 칼럼리스트이자 미국 빌보드 한국 특파원으로 활약한 기자이기도 하다. 현재도 자신의 SNS를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고, 드렁큰 타이거 회사의 고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아버지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셨고 이에 저도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지금 제 작업실에도 수많은 LP판들이 있는데 다 아버지가 주신 선물이다. 아버지와 음악에 대한 토론을 가장 많이 한다. 제게 제일 처음 힙합을 소개해 준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 적에는 괜히 아버지처럼 되기 싫어 방황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 때 아버지가 제게 해 주셨던 것들이 더 생각난다. 가장 어렵지만 가장 오래된 친구같은 분이다.”
끝으로 드렁큰 타이거는 앞으로 자신이 바라는 희망과 꿈의 메시지를 전했다.
“새 회사를 세워 빌딩을 세우겠다든지, 음원으로 대박을 내겠다든지 솔직히 그런 욕심은 없다. 미래와 쭉 음악을 해왔고 지금 해왔던 것처럼 음악만을 하고 싶다. 사실 지금 (회사 운영은) 너무 초보라서 엉망이고 부담이 크다. 가족을 위해 시작했고 앞으로 이들을 올바르고 정직하게 이끌어줘야 하는데 걱정도 많다. 그러니까 저는 더 긍정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뭐든 불러만 준다면 열심히 할 각오가 돼 있다. 부지런히 음악을 만들고 좋은 음악으로 찾아가고 싶다.”
[드렁큰 타이거, 윤미래, 비지. 사진 = 필굿뮤직 제공]
고경민 기자 gogin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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