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영화 '스파이'에서 스파이로 분했던 설경구가 이번에는 평범한 '아빠'로 돌아왔다.
영화 '소원'(2일 개봉)에서 설경구는 가슴에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끌어안고, 그 보다 더 아픈 딸을 바라보며 눈물조차 마음껏 흘릴 수 없는 소원의 아빠 동훈 역을 맡아 다시 영화팬들을 찾았다.
'소원'은 가장 아픈 곳에서 피어난 가장 따뜻한 감동을 그려낸 영화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인 소원이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설경구는 '소원'을 통해 가슴 절절한 부성애를 연기했다. 눈물을 흘릴 수도, 그렇다고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지낼 수도 없었다.
오열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그 눈물을 속으로 삼키는 것이다. 속이 썩어도 밖으로는 눈물을 흘릴 수 없고, 머리 꼭대기까지 눈물이 차올라도 흘려서는 안됐다. 이런 연기를 펼치는 설경구의 눈은, 아주 사소한 터치에도 곧 눈물을 쏟아낼 듯 했다. 하지만 흘리지 않았다. 아니, 흘리지 못했다.
설경구는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감정을 너무 쏟아내면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 어느 작품보다 많은 계산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자타공인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설경구지만 이번 작품만은 계산을 해야 했다. 설경구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겉으로 봤을 때 불편한 이야기다. 출연 결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
간단한 설명과 시나리오가 먼저 왔다. (피해자들은)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상처를 들추나 싶었다. 영화라는 게 단순한 영화도 있고, 사회적 이슈가 있는 영화도 있다. 파장이 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몇 일간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안하겠다고 했다. 그때 아내(송윤아)가 먼저 봤다. 그 후 읽어보라 하더라. 한 번에 읽지 못했다.
- 결정적으로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읽어보니 이야기의 초점이 좋더라. 그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이준익 감독님과 만났다. 감독님이 "상처의 정면을 바라봐야 한다. 덮어둔다고 치유되는 게 아니라 드러내서 치유를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생긴 건 혐오스러운 과일인데 막상 먹어보니 과즙부터 너무 향기로운 과일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말 많이 고민을 했다. 출연을 결정한 후에도 말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힘든 결정이었다.
-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현장에서 배우들은 감정선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날을 세우고 예민해 질 수밖에 없다. 감독님에게 '배우가 감정 잡고 있는데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하냐'고 하기도 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지만 현장은 즐거웠다. 영화의 톤이 따뜻했고, 이준익 감독님이기에 그런 현장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다.
- 그래도 눈물을 참는다는 게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감정을 너무 쏟아내면 안되겠다 싶어서 참았다. 법정신에서는 터져서 우는 신이 있었다. 메이킹 영상에는 우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감독님이 울지 말고 참는 걸로 찍자고 하더라. 결국 영화에는 참는 장면이 나갔다. 끝까지 터트리지 않는 것이다.
- 체력보다 감정이 힘들어 보였다.
감정을 발산하지 못하고 참는 것이 힘들었다. 그 어느 작품보다 연기를 할 때 계산을 많이 했다. 받는 감정을 전부 쏟아내면 안될 것 같았다. 특히 아이 앞에서는 더 참아야 했다. 피해자 아버지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아이 앞에선 절대 울 수 없었다고 하더라.
이레는 리액션이 참 좋은 아이다. 눈이 맑고 좋다. 이레가 연기를 연습하고 와서 계산을 하고 분석을 했으면 힘들었을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들이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 현장에선 어떤 아이인가.
초반에는 얼굴에 상처 분장을 심하게 했다. 분장하는 것도 싫어하고 촬영하는 것도 싫어했다. 촬영을 시나리오 순서대로 진행을 했는데 그 상처가 점점 지워지면서 밝아지더라. 상처가 사라지면서 현장에서도 시끄러워지고…. 천진난만한 아이다. 아역 배우들이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현장은 정말 큰일 났을 것이다.
- 선 뜻 보기 겁나는 작품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뷰를 살펴보는데 좋게 나오더라. 소재가 아니라 치유가 목적인 영화다. 피할 일이 아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열기도 싫었지만, 촬영을 하면서 따뜻해지고, 오히려 치유를 받는 느낌이었다. 보고 있을 때는 마음이 아프지만, 극장을 나설 때는 다른 감정을 느낄 것이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영화다.
- 영화를 본 관객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는가.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바쁘다보면 잊어버린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소중한 일상을 느끼길 바란다.
[배우 설경구.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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