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젠 잠실이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3~4차전은 잠실에서 열린다. 목동에서의 1~2차전과는 분위기가 또 달라질 수 있다. 넥센은 1~2차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3~4차전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하겠다는 심산이고, 두산은 편안한 홈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든 뒤 목동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이 처음엔 넥센을 벼랑 끝으로 몰겠다는 각오다.
확실히 목동과 잠실은 다르다. 목동구장은 가운데 펜스 118m, 좌우 펜스 98m다. 그러나 잠실구장은 가운데 펜스 125m, 좌우 펜스 100m다. 잠실이 좌중간, 우중간이 목동보다 훨씬 깊다. 한 방 능력보단 상대적으로 정확한 타격과 기동력, 외야수비능력 등이 중요하다. 잠실구장은 기동력을 갖추고 중거리 타자가 많은 두산에 특화된 구장이다.
▲ 포스트시즌 잠실 심리학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다. 기본적으로 1경기도 져선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다. 잠실에선 심리적으로 두산이 안정감이 있다. 윤명준, 홍상삼, 정재훈 위주로 돌아가는 두산 불펜은 1~2차전이 열린 목동에서 넥센 타자들의 한 방을 제어하지 못했다. 굳이 목동이 아니더라도 두산엔 불펜이 아킬레스건이다. 그러나 잠실에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두산의 한 투수는 “잠실에선 마음이 편안하다. 홈런을 생각하지 않고 소신껏 공을 던질 수 있다”라고 했다. 확실히 불안한 투수들이 심리적인 안정감 속에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정규시즌 막판 목동에서 박병호에게 홈런 2개를 내줬던 노경은이 3차전 선발로 내정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타자들 역시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두산 타선이 올 시즌 홈런보단 중거리포와 기동력 위주의 컬러를 보인 것도 잠실구장의 특성에 맞게 공격을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목동에서 철저하게 막혔던 두산 클린업트리오도 잠실에서 안정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선다면 살아날지도 모를 일이다. 김진욱 감독도 타순 조정을 시사했다. 당연히 잠실구장에 강한 타자를 전략적으로 상위타순에 배치할 수 있다. 두산은 넥센전 목동 팀 타율이 0.276이었으나 잠실 팀 타율이 0.303이었다.
반대로 잠실구장 특유의 열기가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하는 넥센 젊은 선수들의 기세를 꺾어놓을 수 있다. 홈런타자들의 장점을 살리지도 못할 뿐 더러 두산의 기동력에도 대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송구실책도 부담스럽다. 넥센은 1~2차전서 악송구가 두 차례 나왔으나 뒤로 빠진 공이 사진기자석 앞 구조물에 맞고 곧바로 박병호의 품에 안겼고, 2루로 가는 주자를 횡사시켰다. 내야 파울지역이 광활한 잠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플레이오프를 향한 동상이몽
넥센도 굳이 잠실에서 밀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 구장의 유, 불리를 떠나서 두산 불펜은 지금 매우 좋지 않다. 1~2차전서 전반적으로 침묵했던 양팀 타선이 3차전서 침묵 양상을 이어가면 어차피 집중력 싸움으로 결판날 가능성이 크다. 염경엽 감독은 2경기 연속 실점한 마무리 손승락을 경기 종반 승부처에서 밀고 갈 심산이다. 그래도 무게감에서 두산에 앞선다. 넥센은 1~2차전 모두 결과적으로 경기 막판 집중력이 두산보다 앞섰다. 한 야구인은 “어차피 원정팀 입장에서 잠실은 다른 지방구장보다 2배로 경기를 많이 하는 곳이다. 잠실이라고 해서 원정팀이 승부처에서 위축될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결국 3차전이 이번 준플레이오프의 흐름을 좌우하는 게임이 될 전망이다. 두산은 3차전만 잡으면 여세를 몰아 4차전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넥센 역시 원투펀치를 뺀 마운드는 그리 좋지 않다. 그렇다면 5차전이 목동에서 열려도 심리적으로 두산이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두산은 과거 2010년 준플레이오프서도 2패로 뒤졌다가 리버스 스윕을 한 적이 있다.
넥센도 3~4차전 중 1경기만 잡는 마음으로 나오면 오히려 두산보다 편하다. 사실 3차전 선발 오재영은 두산 노경은보단 무게감이 살짝 떨어진다. 하지만, 또 다른 한 야구인은 “넥센은 3차전서 승기를 잃으면 4차전을 대비해 주요 투수들에게 체력을 비축하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염경엽 감독이 3차전 초반 상황에 따라서 전략적으로 마운드 운용을 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잠실과 두 팀의 상관관계도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라고 했다.
심리적으론 두산이 우위를 점한다. 그러나 두 팀이 처한 상황을 보면 딱히 3~4차전의 유, 불리를 따지긴 힘들다. 넥센과 두산 모두 플레이오프를 향해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넥센-두산 경기장면(위), 넥센 선수들(가운데), 두산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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