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한국은 네이마르를 거의 막을 뻔 했다. 비록 프리킥 상황에서 수비벽의 집중력 부족으로 실점을 내줬지만 이전까지 홍명보호의 수비밸런스는 꽤 인상적이었다.
브라질을 상대로 골을 내주지 않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는 지난 6월에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증명됐다. ‘월드컵챔피언’ 스페인도 브라질의 화력에 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직접적인 비교가 되진 않지만 그런 브라질을 상대로 2실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공격’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 기성용 vs 네이마르
한국의 이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파문 이후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단 기성용(선덜랜드)의 복귀였다. 홍명보 감독은 기성용을 한국영(쇼난)과 함께 중앙 미드필드에 배치했다. 전방에는 지동원(선덜랜드)과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섰고 좌우에는 김보경(카디프시티), 이청용(볼튼)이 포진했다. 수비에선 김진수(니가타)가 박주호(마인츠),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를 제치고 선발로 나섰다. 브라질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이 감독은 네이마르(바르셀로나)를 필두로 헐크(제니트), 오스카(첼시), 파울리뉴(토트넘), 단테(바이에른뮌헨), 마르셀루(레알마드리드) 등 최정예 멤버를 총출동시켰다. 그리고 네이마르, 알베스, 다비드 루이스(첼시) 등은 90분 풀타임을 뛰며 혹시나 했던, 슈퍼스타들의 몸 사리기는 없었다.
▲ 4-2-2-2 포메이션?
홍명보호의 포메이션은 구자철이 좀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투톱의 형태를 띠었다. 지동원, 구자철은 나란히 서서 브라질 수비를 압박했다. 김보경과 이청용은 수비시에는 측면으로 넓게 서서 풀백을 지원했고 역습시에는 지동원, 구자철과 자유롭게 위치를 바꾸며 스위칭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카디프에서 ‘10번 역할(공격형미드필더)’을 맡고 있는 김보경이 자주 중앙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국의 공격은 유기적이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공격수들의 컨디션이 최상이 아니었고 브라질의 수비가 너무 강하기도 했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지동원의 몸 상태가 여전히 최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브라질의 4백이 유럽 최고의 수비수들로 구성된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눈에 보이는 것과 선수들이 뛰는 실제 체감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한국은 지동원과 구자철이 나란히 서면서 전형적인 4-4-2보다는 4-2-2-2 포메이션에 더 가까웠다.
중앙에선 한국영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브라질 선수들을 향한 한국영의 태클 성공률은 거의 100%였다. 한국영이 볼을 빼앗고 차단하는데 집중했다면 기성용은 수비와 동시에 볼을 소유하고 배급하는 역할에 치중했다. 기성용이 가운데서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면서 한국은 브라질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랜만의 복귀전인 탓인지 지나치게 조심스럽기도 했다. 서형욱 tvN해설위원은 “브라질전은 기성용이 대체불가능한 선수임을 보여준 경기였다. 허나 측면으로 크게 벌리는 롱패스를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러나 복귀전임을 감안하면 좋은 경기였다”고 평했다.
▲ 네이마르
네이마르는 한국의 압박과 거친 파울에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것 또한 두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현상이다. 브라질전은 올스타전이 아니었다. 월드컵을 대비한 실전이었다. 상대의 슈퍼스타가 불평을 한다고 축구를 느슨하게 할 순 없다. 이청용은 네이마르를 멈추기 위해 파울을 이용했을 뿐이다. 네이마르가 다이빙에 능한 선수라는 점도 한 몫을 했다. 한국은 위험지역에선 파울보다 협력 수비를 통해 지공을 펼쳐야 했다. 하지만 네이마르의 액션에 덩달아 흥분하면서 너무 위험한 위치에서 프리킥을 내줬다.
이후 한국은 네이마르에게 골을 허용했지만 오픈된 상황에선 견고함을 유지했다. 오른쪽 수비수로 나선 이용은 늘 네이마르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1차적 저지선 역할을 했고, 이때 한국영 또는 이청용이 빠르게 내려와 협력 수비를 펼쳤다. 그 과정에서 잦은 파울로 신경전이 오갔지만 네이마르의 질주를 멈추는데 제법 효과적이었다. 경기 후 네이마르는 “한국이 나를 거칠게 대했다. 특히 7번(이청용)과 16번(기성용)의 태클이 심했다”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프리킥 실점 장면을 두고 말이 많다. 수비벽을 쌓은 기성용이 점프를 하지 않은 장면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네이마르의 프리킥은 기성용이 놓친 공간을 지나 그대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하필, 그 선수가 SNS 파문 이후 돌아온 기성용이었다는 점이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선수 본인만이 알겠지만, 프리킥 상황에서 기성용의 점프가 늦었을 수도 있고 땅볼 슈팅을 의식해 뒤늦게 뛴 것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건 좀 더 집중력을 발휘했어야 하는 장면이었다. 두 번째 실점도 한국의 실수에서 나왔다. 파울리뉴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전진패스를 하는 순간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김영권(광저우)은 자신들 사이에 있는 오스카를 완전히 놓쳤다. 김영권은 볼을 끊으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위험지역에서 너무 쉽게 자신의 위치를 벗어났고 홍정호 역시 볼에 시선을 빼앗겼다.
▲ '조커' 손흥민
92년생 동갑내기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네이마르와 손흥민의 시작은 엇갈렸다. 네이마르는 선발로 나왔지만, 손흥민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을 빼고 김보경을 왼쪽에 배치했다. 그리고 김보경과 포지션이 겹쳤던 구자철을 지동원과 함께 가운데에 세웠다. 런던올림픽 당시 활용했던 배치와 비슷한 구도다. 손흥민의 컨디션이 특별히 나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김보경의 선발은 공수밸런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연계라는 측면에서 ‘공격수’ 손흥민보다는 ‘미드필더’ 김보경이 더 많은 장점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전방에 소속팀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지동원과 구자철을 세운 것도 비슷한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말리전은 어떨까? 홍명보 감독은 14일 말리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인터뷰서 “손흥민은 활용가치 높은 선수다. 하지만 손흥민이라 해서 출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사진 = 마이데일리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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