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어게인 2010' 두산, 有경험자의 위엄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역시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었다.

두산 베어스가 극적인 '리버스 스윕'을 달성하며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두산은 14일 목동구장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5차전서 연장 13회 접전 끝에 8-5로 승리했다.

이로써 1, 2차전 패배후 3~5차전을 내리 따낸 두산은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16일부터 정규리그 2위 LG 트윈스와 맞붙게 됐다.

두산은 지난 2010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서 먼저 2패를 당했으나 3~5차전을 모두 승리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바 있다. 준플레이오프가 5전 3선승제로 바뀐 이후 2연패 뒤 3연승으로 시리즈를 통과한 경우는 올해까지 단 2차례. 2010년과 올해 모두 두산이 주인공이다.

3연승 과정도 극적이었다.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3차전서 연장 14회 대혈투 끝에 이원석의 끝내기 안타로 시리즈 첫 승을 올렸고, 다음날(12일) 4차전서는 0-1로 뒤진 6회말 포수 최재훈의 극적인 역전 투런 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정규시즌 통산 130경기에서 홈런이 단 3개뿐이었던 최재훈이기에 감동을 더했다.

5차전에도 감동 스토리는 이어졌다. 이미 2010년 한 차례 '리버스 스윕'의 짜릿함을 맛봤던 두산의 집중력이 더 강했다. 무엇보다 완전히 무너질 위기를 딛고 일어섰다는 점이 더욱 돋보였다.

이날 두산 선발 유희관은 7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넥센 타선을 틀어막았다. 4이닝 동안 홈런 하나를 맞고 3실점한 넥센 선발 브랜든 나이트를 선발 싸움에서 압도했다. 3차전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이원석은 4회초 스리런 홈런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 됐다' 싶던 9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더스틴 니퍼트가 넥센 박병호에 동점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았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허용한 한 방에 분위기는 완전히 넘어갔다. 승기를 잡은 쪽은 오히려 넥센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포기하지 않았다. 니퍼트가 흔들리지 않고 연장 10회를 막아냈고, 홍상삼과 윤명준이 각각 11회와 12회를 나눠 막았다. 그러자 타자들이 응답했다. 13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최준석이 결승 솔로 홈런을 터트렸고, 뒤이어 민병헌의 2루타와 오재원의 스리런 홈런으로 단숨에 5점을 추가했다.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13회 마운드에 오른 정재훈이 이택근에 투런포를 맞았지만 후속 실점 없이 이닝을 마감, 두산의 승리가 확정됐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만들어지는 순간 두산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어게인 2010'의 기쁨을 만끽하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1루측 관중석에 자리잡은 두산 팬들도 일제히 기립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다른 건 몰라도 '리버스 스윕'의 값진 경험 하나만큼은 두산의 플레이오프행에 어마어마한 플러스 효과로 작용했다. 살얼음판 승부가 이어지던 연장에서 보여준 집중력이 이를 증명했다. 이제는 플레이오프다.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연장 13회초 최준석의 솔로 홈런 직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 = 목동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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