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SK 농구가 진화 중이다.
서울 SK가 시즌 초반 극도의 혼전양상인 프로농구 순위표 맨 윗줄에 올라갔다. SK는 29일 현재 6승1패로 단독선두다. 13일 KCC에 패배했으나 이후 패배 없이 5연승 행진. 이 과정에서 동부, 모비스 등 우승후보들을 연이어 격침했다. SK의 올 시즌 행보는 지난해 정규시즌과는 또 다른 묵직함이 느껴진다. 홈 최다 25연승 신기록을 이어간 건 덤이다.
SK는 올 시즌 75.0득점, 70.4실점을 기록 중이다. 최다득점은 6위지만, 최소실점도 2위다. 팀 내에선 에런 헤인즈(16.4점), 박상오(12.7점), 김선형(11.4점), 코트니 심스(10.4점) 등 4명이 평균 두 자리수 점수를 해낸다. 19.1점을 넣은 팀내 최다득점자 헤인즈와 12.1점의 팀내 최다득점 2위 김선형의 격차가 7점이었던 지난 시즌과는 차원이 다르다. SK 특유의 짠물농구와 속공농구가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 절치부심 SK, 지난여름 칼을 갈았다
SK는 지난 2012-2013 정규시즌서 우승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서 KGC인삼공사와 모비스를 상대로 고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 사이 모비스가 간단하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SK의 정규시즌 최다승, 홈 최다연승 등도 모비스의 포스트시즌 우승에 빛을 잃었다. SK로선 문경은 감독이 스승 유재학 감독과의 지략싸움에서 완패한 게 충격적이었다. 구력 차이라고 해도, 문 감독이 유 감독에게 무릎을 꿇은 건 SK 농구의 약점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문 감독과 SK는 절치부심했다. 문 감독은 지난 4월 프로농구 시상식 당시 “SK는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하다. 작년보다 험한 비 시즌을 보낼 것이다”라고 했다. SK는 약속의 땅이었던 미국 얼바인에서 혹독한 훈련을 했다. 처음부터 팀을 다시 만들었다. 에런 헤인즈와 코트니 심스를 붙잡았고, FA 김민수 역시 잔류시켰다. 멤버 변화가 없었으니 조직력을 업그레이드 하는 게 수월했다.
미국 전지훈련의 최대 장점. 질 좋은 스파링파트너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나 일본, 중국 등에선 딱히 수준 높은 팀과 연습게임을 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미국에선 대학 레벨과 경기를 해도 큰 도움이 된다. SK는 체격과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상대로 착실하게 시즌 준비를 했다. 한 농구관계자는 “문 감독이 칼을 갈았다. 비 시즌을 꼼꼼하게 보낸 것 같다”라고 극찬했다.
▲ 헤인즈 원맨팀 탈피
SK가 올 시즌 가장 달라진 건 헤인즈 원맨팀의 탈피다. SK 농구는 화려했지만, 헤인즈 의존도가 높았다. 10개구단 중 가장 빠른 공수전환에 이은 헤인즈의 속공, 김선형과 헤인즈의 2대2 플레이가 주요 공격루트였다. 특유의 3-2 지역방어도 사실상 수비 자체의 끈끈함 보단 앞선 3명의 수비수가 재빨리 공격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무서웠다. 헤인즈가 지역방어 꼭지점을 맡을 수 있고, 속공 가담과 마무리에 능통하다. 또한, 중요한 승부처에서 탁월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2득점을 담보했기에 SK가 버텨냈다.
문 감독은 지난 시즌 막판부터 이적생 심스의 활용도를 놓고 고심했다. 득점력이 특출난데 SK의 공수 시스템엔 살짝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문 감독은 심스의 활용방법을 찾았다. 높이 이점을 활용한 패턴을 발굴했고, SK 선수들에게 이식했다. 헤인즈와 출전시간을 조절하면서 서로 체력을 안배하는 부수적인 이점도 누렸다. 높이 위력을 극대화하면서 박상오의 외곽공격도 한층 날카로워졌다. 자연스럽게 공격루트가 다변화됐다.
▲ 3-2 지역방어의 진화
더 중요한 사실. 3-2 지역방어가 진화했다. 흔히 SK가 말하는 3-2 드롭존은 사실 변형 3-2 지역방어다. 앞선 3명의 꼭지점에 선 선수가 골밑 수비 가담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살짝 바뀌었다. 더 강해졌다. 일단 힘 있는 박상오가 꼭지점에 서는 건 같다. 앞선에서 적극적으로 패스루트 차단에 나섰다. 상대가 볼을 코너로 돌리다 골밑으로 연결하기 전에 미리 주득점원을 1대1로 봉쇄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후 앞선은 다른 선수들의 로테이션으로 메워낸다. 상대 전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문 감독의 지략도 돋보인다.
속공에 비중을 둘 땐 헤인즈가 3-2 지역방어의 꼭지점에 선다. 하지만, 올 시즌엔 심스와 박상오의 공격력 강화와 수비 자체의 강화로 SK 자체가 더 이상 헤인즈 원맨팀이라 부를 수 없게 됐다. 베테랑 주희정과 변기훈이 부상 중인 김민수를 대신해 공수에서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인상적이다. 물론 1라운드 맞대결서 패배했던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다른 팀들 역시 칼을 갈고 나올 것이다. SK의 업그레이드 된 조직력과 경기력은 좀 더 검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SK 농구 자체가 완전체로 진화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SK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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