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허재 감독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
전주 KCC 허재 감독은 2005-2006시즌부터 감독을 시작했다. 올해로 어느덧 9시즌째다. 9일 현재 228승 215패, 승률 0.515를 기록 중이다. 승수는 6위, 승률은 200승을 넘긴 감독 중에서 5위다. 허 감독은 지난 9년간 단 1년도 쉬지 않고 KCC를 지켜왔다. 성공적인 감독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KCC는 올 시즌 고전할 것이라 예상됐다. 지난 2012-2013시즌서 전태풍과 하승진, 강병현 등이 빠져나가면서 고전 끝에 최하위에 그쳤다. 대부분 저연차급으로 구성된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올 시즌 KCC는 예상을 깨고 7승4패로 순항 중이다. KCC는 8일 KT에 역전패를 당했으나 올 시즌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KCC는 올 시즌과 지난 시즌 멤버 변화가 거의 없었다. 결국 젊은 선수들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 좋은 선수 덕 본 허재 감독, 편견에 부딪혔다
허재 감독은 그동안 쌓아올린 성적과 기록에 비해 저평가를 받았다. 프로농구 대표명장 모비스 유재학 감독, KT 전창진 감독 등에 비해 평가절하된 게 사실이었다. 허재 감독에게 따라붙는 불편한 수식어. ‘선수 복 많은 감독’이었다. 실제 허 감독은 전설의 이상민-추승균-조성원 트리오를 데리고 감독을 시작했다. 이후에도 신인드래프트와 혼혈선수 드래프트서 최대어 하승진, 전태풍을 연이어 1순위로 뽑았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서도 유독 대어 복이 많았다.
감독 입장에서 좋은 선수와 함께한다는 건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좋은 선수들이 빛이 날 경우 상대적으로 감독은 저평가된다. 팬들은 ‘원래 저 선수는 잘 하니까’라며 감독이 저 정도 성적을 내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때문에 허 감독은 감독 초창기 시절 역량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했다. 베테랑 선수들에게 묻어간다는 말도 들었다. 그게 허 감독이 명장으로 인정받는 데 걸림돌이 됐다.
좋은 선수를 데리고 있다고 해서 꼭 좋은 성적을 올리는 건 아니다. 선수들을 이끌고 하나로 꿰는 역할은 감독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허 감독이 한동안 좋은 선수 덕을 본 건 사실이다. 하지만, 허 감독에겐 그들을 하나로 묶어 좋은 팀을 만드는 능력이 분명히 있다”라고 했다. 실제 허 감독은 감독이 된 뒤 2008-2009시즌, 2010-2011시즌 등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6강 플레이오프 탈락도 2006-2007시즌, 2012-2013시즌 등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건 허 감독의 역량이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 감독이 아닌 선수를 살리는 농구
허 감독이 과거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정해진 스타일이 따로 없다. 선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농구를 한다.” 굉장히 중요한 코멘트였다. 보통 감독들은 자신의 철학대로 선수들을 따라오라고 한다. 그 철학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어울려 최상의 결과가 빚어질 때 감독은 확실하게 명장으로 인정받는다. 확실한 전략, 전술과 철학은 감독을 가장 빛날 수 있게 하는 도구다.
허 감독은 선수의 개성을 철저히 존중한다. 그 방송에서 허 감독은 “슛에 자신이 없는 선수에게 경기 중에 무조건 3점슛 5개 이상 던지라고 했다. 그걸 안 쏘면 혼을 냈다”라고 했다. 매 경기 승패가 모여 팀 성적이 결정되는 판국에 쉽지 않은 주문이다. 보통 감독들은 팀 승리를 위해 선수들의 장점만을 뽑아먹기 마련이다. 감독의 전략, 전술 등으로 대변되는 조직력은 선수들의 부족한 개인역량을 메울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하지만, 선수들의 개성을 갉아먹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한 원로 농구인은 “허 감독의 장점이 선수들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능력이다”라고 극찬했다. 허 감독은 올 시즌 히트를 치는 장민국, 박경상 등을 비롯해 과거 신명호, 이중원, 강은식, 이동준, 정의한, 이중원, 손준영 등 기량이 부족한 선수들을 업그레이드 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뽐낸다. 최근 장민국의 경우 대학 시절 이상의 잠재력을 폭발하고 있다. 농구 팬들은 허 감독이 올 시즌 특급신인 김민구도 업그레이드를 시켜줄 것으로 기대한다.
▲ 스타는 명장 될 수 없다? 편견 깬 허재 감독
허재 감독은 부임 초창기 “왜 스타가 좋은 감독이 될 수 없나? 감독이 농구를 잘 했으면 선수들에게 더 잘 가르쳐줄 수 있다”라고 했다.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특유의 레이저도 쏘지만, 잘 될 때까지 무한 기회를 준다. 공격에선 최대한 개개인의 개성을 살려주는 전략과 패턴을 발굴한다. 허 감독 고유의 스타일이란 없다.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 전술을 취할뿐이다. 다만, 수비에선 확고한 원칙을 갖고 선수들을 지도한다. 특유의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한편, 무한 애정을 쏟는다.
KCC 선수들은 하나같이 “감독님이 정말 무섭지만 좋은 분이라는 걸 안다”라고 한다. 감독과 선수가 서로 진심이 통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팀이 만들어지고 성적도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혹독한 시련을 겪은 KCC가 올 시즌엔 확실히 반등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지만, 충분히 6강 통과가 가능하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럴 경우 허 감독의 지도력은 다시 한번 재조명 받을 전망이다.
이제 허 감독에 대한 편견을 깰 때가 됐다. 단기전에서의 세밀한 전술, 전략 구사, 갑작스러운 위기 발생시 대처능력 등이 좀 더 검증되면 국내를 대표하는 명장 중 1명이라고 봐도 된다. 물론 올 시즌 행보만 보더라도 충분히 좋은 감독이라는 게 입증된다. 허재 감독이 선수와 감독으로서 연이어 성공시대를 열어간다. 허 감독이 스타가 명장이 될 수 없다는 속설을 깨고 있다.
[허재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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