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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의 스타★필(feel)]
2013년 한국 영화계는 간첩이 난무했다. 먹방 간첩 하정우(베를린), 은밀하고 위대한 간첩 김수현(은밀하게 위대하게), 고교생 간첩 최승현(동창생)까지 그리고 이제 액션의 극치를 보여주는 상남자 간첩 공유가 나타났다.
개봉 8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용의자'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속에서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 지동철 역을 맡은 공유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병기로 훈련됐지만, 한편으로 아내를 잃은 아픔을 가진 사람. 설상가상으로 딸이 중국으로 팔려가면서 감정에 초탈하고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몸도 마음도 피폐한 인물이다. 실제 공유는 역할을 위해 3개월간 곡기를 끊으며 지독하게 운동해서 체지방율 3.7%를 달성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몸으로 아찔한 절벽을 타고, 한강에도 빠지며 제대로 체감액션을 보여준다. 교수형을 당할 뻔 한 장면에서는 실제로 밧줄을 목에 걸어 기절 직전까지 갔다. 도심 속 카체이싱을 찍을 때는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배우 공유는 그동안 한없이 부드러운 남자였다. 입대 전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로코킹으로 자리를 굳힌 후 영화 '김종욱 찾기'와 드라마 '빅'을 통해서도 달콤한 역할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180도 다른 이미지로 변신했다. 2시간이 넘는 런닝 타임 동안 공유가 90회 이상 나오지만, 전체 대사량은 A4 2장이 안 넘는다. 몇 마디 안 되는 대사지만 탈북자의 말투, 억양, 스타일까지 꼼꼼하게 준비했기에 강렬하게 다가온다. 가족을 잃은 스산한 아픔과 쫓기는 자의 긴박함이 말과 행동, 표정에서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대사가 없을 때는 오직 몸과 눈으로만 이야기 한다. 처절하게 몸은 만든 이유도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감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대사도 없는 그에게 근육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을 표출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음식을 제대로 안 먹으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 예민함으로 지동철이란 인물의 피폐함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 영화에 대해 또한 칭찬하고 싶은 것은 추격 액션물의 대명사인 할리우드 스타일을 답습하지 않고 그 짜임새와 연출, 액션의 강도와 작품의 완성도가 대범하고 수려한 점이다. 공유의 맨몸 액션은 무엇을 상상하고 기대하든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대역 없이 80~90%를 직접 소화했다고 하니 이 쯤 되면 목숨 걸고 찍은 생고생이다. 그 고생이 스크린 밖으로 투영되며 관객 또한 달리고 구르고 넘어지는 체감액션을 체험하게 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몰입하게 한다.
배우의 얼굴로 배우의 몸을 완성한 공유. 한국형 액션물의 확실한 '용의자'가 공유, 그의 활약을 계속 기대해본다.
[영화 '용의자'의 공유. 사진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제공]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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