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SK 와이번스는 2000년대 후반 프로야구 최강팀이었다. 2007, 2008, 2010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며 2007시즌부터 2012시즌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프로야구에서 전무한 일이다.
예전 영광을 생각했을 때 2013년은 다소 초라한 한 해로 기억될 수 밖에 없다. 한국시리즈는 물론이고 포스트시즌 진출도 실패했다. 5할 승률까지 물거품되며 6위에 그쳤다.
그렇지만 이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는 노릇. 올시즌 가장 큰 목표는 지난해 부진을 딛고 순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팬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는 제일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SK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성장동력 발굴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 육성 시스템 강화… '밝은 미래 꿈꾼다'
SK는 2013년부터 육성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함이다. 2군 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을 비롯해 올시즌 종료 후에는 연봉 시스템도 고쳤다. 1군 무대가 아닌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에도 적지 않은 폭의 연봉 인상을 시켜준 것이다.
단순히 선수들에게 당근을 주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조직개편 등을 통해 육성 분야 자체를 '시스템화'시키고 있다. 키포인트는 현장과 프런트간 원활한 교류다.
SK는 지난해 12월 구단 조직개편을 통해 김용희 퓨처스팀 감독을 육성총괄로 임명했다. 김용희 육성총괄은 스카우트팀과 육성팀을 관장한다. SK는 "김용희 육성총괄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선수 육성 시스템에 접목시키고, 신인 선수 스카우트와 선수 육성을 통합 관리해 선수단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선수 스카우트부터 육성까지 사실상 같은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허정욱 스카우트 팀장의 3군 매니저 보직 이동도 같은 이유다. 단순히 스카우트 팀장이 3군 매니저가 됐다는 것에 대해 강등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SK의 설명은 다르다.
3군 선수들 대부분은 허정욱 매니저가 스카우트한 선수들이다. 허정욱 매니저만큼 그 선수들의 특성을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 때문에 3군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코칭스태프 역시 해당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스카우트와 선수 육성이 따로 이뤄질 경우에는 스카우트 분야와 선수를 가르치는 코칭스태프간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구조를 통해 사전 차단했다.
이 밖에 류선규 홍보팀장이 육성팀장을 겸임하며 육성 분야 기획력 보강과 함께 선수 평가, 재활시스템 강화, 육성 시스템의 체계적인 구축도 도모한다. 여기에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인 드림파크(연습구장) 또한 '탄탄한 아랫돌'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 문학경기장 전체 권역 위·수탁 운영 '자립기틀 마련'
우리나라 프로 구단들의 경우 모기업 의존도가 심한 편이다.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금액만으로는 구단 운영이 힘든 것이 사실이다. 프로야구 르네상스 이후 그 정도가 나아지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구단 상황이 다르지 않다.
그런 면에서 SK는 지난해 11월 의미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문학경기장 민간 위탁 운영자 공개 모집에 참여해 최종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기존 야구에서 창출되는 수익 뿐 아니라 다른 방면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신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게 된 것.
SK는 2014년부터 최소 5년에서 최대 20년까지 문학경기장 내에 위치하고 있는 야구장,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기타부대시설에 대한 운영 및 관리를 수행한다. 그동안 잠실구장, 사직구장, 대전구장 등 야구장 위·수탁 운영은 있었지만 경기장 전체 권역에 대한 위·수탁 운영은 국내에서 SK가 처음이다.
우선 SK는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마케팅그룹을 사업본부로 변경하고 문학사업팀 신설했다.
또 SK는 문학구장, 주경기장, 보조경기장, 기타 부대시설 등 전체 권역 대부분을 직접 운영하고 관리함과 동시에 쇼핑∙문화∙외식∙레포츠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원스탑 멀티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SK는 "문학경기장을 스포츠 복합 문화 공간으로 랜드마크화해 수익성과 공공성이 조화된 국내 최고 수준의 스포츠타운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물론 문학경기장 위·수탁만으로 큰 수익을 내 자립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팬들에게 가장 눈에 띄게 보이는 것은 성적이겠지만 육성과 문학경기장 위·수탁 사업 등으로 구단의 올 한 해는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육성 총괄로 임명된 김용희 전 퓨처스팀 감독(첫 번째 사진), 드림파크 조감도(두 번째 사진), 인천 문학구장(세 번째 사진).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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